52.1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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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후보
오징吳澄과 한국 주자학의 심학적 특성 ― 권근權近을 중심으로
손미정
사회사상과 문화 7권 185-210(26pages)
UCI I410-ECN-0102-2018-300-003973499

퇴계 이황에 이르러 비로소 중국 주자학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주자학이 전개되기 시작한다고 볼 때, 주자학을 집대성한 주희에게서부터 조선의 이황에 이르기까지는 300여 년이라는 긴 시간적 간극이 있다. 이 300여 년의 시간은 바로 주자학 해석의 역사이고 또한 주자학이 관학의 위치에 오르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주자학에 대한 해석의 과정에서 이론적 천착과 변전이 일어난다. 이황의 퇴계학과 왕수인의 양명 심학이 바로 이 과정에서 출현한 것이다. 이처럼 퇴계학은 주자학 해석사에 있어서 중요한 하나의 매듭인 것이다. 그러나 퇴계학 또는 한국 주자학에 대한 연구가 주로 주희와 직접적 비교 속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며, 때문에 그 300여 년을 채우고 있는 주자학 해석의 내용 및 그 역사가 빠져 있는 것이다. 그 공백기는 중국에서도 이민족 지배기인 원대 성리학에 대한 연구가 지금까지 공백으로 남아있지만 그 시기 철학의 공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원대 성리학은 중국 못지 않게 우리에게 절실하다. 우리는 고려 말 원나라로부터 주자학을 받아왔으며, 더욱 중요한 것은 많은 경우 원나라 주자학자들의 주자학 해석을 통해 주자학을 이해했기 때문에 원대 성리학에 대한 이해 없이 한국 주자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퇴계학을 중심으로 한국 주자학이 심학적 경향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살펴볼 때 한국 주자학 초기 형성단계에서 주희 이후의 원대 성리학과의 관계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퇴계학을 중심으로 한 한국 주자학이 심학적 경향을 띠면서 발전했다고 할 때, 초기 한국 주자학의 심학적 경향의 형성에 대한 관심은 당연할 것이다. 따라서 본 논문은 중국 성리학과 한국 성리학의 영향 관계를 밝히기 위해 원나라 성리학자인 오징吳澄과 조선 초 성리학의 체계를 세우기 시작한 권근權近을 중심으로 살펴본 뒤, 오징의 철학을 중심으로 권근의 철학이 주朱·륙학陸學과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를 밝혀 보고자 한 것이다. 첫째, 경학관 방면이다. 오징과 권근이 오경五經을 중시하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사서를 인정하지 않는 상산학과는 달리 오징은 철저하게 주자학의 입장에서 오경을 분석하고 권근 역시 주자학의 입장에 서서 오경을 연구하였다. 따라서 사서에서 오경으로 주자 경학이 확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컨대 권근의 오경천견록은 오징의 오경찬언을 이어 주자 경학을 확대, 심화시킨 것이다. 둘째, 본체론 방면이다. 권근의 본체론은 심성론과 연관·종속되어 주로 논의됨으로써 철학의 중심이 세계(天)에서 사람(人)으로 옮아감을 의미한다. 이러한 입장은 주희나 오징, 상산학과는 다른 권근만의 독특한 특징으로 이황에 이르러 더욱 강화되면서 명실상부한 ‘한국 주자학’을 열어 나가게 된다. 셋째, 심성론 방면이다. 권근은 심의 체體를 성性으로 여기고, 심의 용用을 정情과 의意둘로 나눠 악의 문제는 의에 연결시킴으로써 심의 선한 면을 드러내는 한편, 심을 리와 기의 결합이라 하여 심의 리理적인 면을 부각하는 방법을 통해 심을 성과 정의 실질적인 주재자로 내세움으로써 심을 심성론의 한 가운데 위치시키고 있다. 이는 오징의 ‘심은 곧 태극’이라는 관점을 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심 중시의 입장은 주자학 안에 심학적 계통이 형성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상산 심학의 영향을 받아 생겨났을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주자학의 바탕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주자 심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부론 방면이다. 권근은 존덕성공부에 치우친 입장이며, 이러한 관점은 오징에게서도 이미 나타나며, 아호논쟁에서 육구연의 입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오징과 권근이 존덕성공부의 내용으로 경敬공부를 말한 반면 육구연은 주자학적인 경공부를 말하고 있지 않다. 공부의 대상이 마음이므로 공부론은 심에 대한 철학적 차이와도 깊게 연계되어 있다. 이러한 차이는 곧 상산 심학과 주자 심학의 본질적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Ⅰ. 서론
Ⅱ. 오징의 성리학
Ⅲ. 권근의 리기론적 본체론
Ⅳ. 권근의 심 중심적 심성론
Ⅴ. 권근의 존덕성 위주의 공부론
Ⅵ. 결론
참고문헌
[자료제공 : 네이버학술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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