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대체로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한강寒岡 정구鄭逑의 기본 사상과 실천 지향성에 대하여 검토하였다. 한강 정구는 조선유학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학자이다. 그는 영남학파의 두 갈래인 성리학적 이론 지향의 퇴계학과 실천 지향적인 남명학의 학통을 함께 이어받았으며, 또한 그러한 학통을 미수眉叟 허목許穆에게 전하여 기호 남인학파의 성립을 가능하게 하였다. 그러므로 기호 남인학파의 사상과 실학사상에 관련해서도 한강은 일정 부분 주목을 받을 만한 인물로 평가된다. 둘째, 한강의 문인들을 중심으로 해서 조선 중기(특히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중반) 대구권 성리학자들의 사상과 실천 지향성에 대하여 개괄적으로 검토하였다. 특히 그들 중에는 임진왜란을 전후한 시기에 활동한 인물들이 많았다. 그들은 전쟁이라는 고통스런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위치에서 마땅히 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한, 진정한 유학자적 삶의 모습을 보여준 인물들이다. 그리고 셋째, 한강과 그의 대구권 제자들 간의 비교 연구를 통해서 한강의 학문 체계와 실천 지향성이 조선 중기 대구권의 성리학계에 끼친 영향을 검토하였다. 이러한 연구를 통하여 사상적 개방성과 실천성을 갖춘 한강의 학문적 영향력이 이후 대구권 성리학계의 사상적 풍토를 결정지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지리적으로 볼 때 대구지역은 퇴계학의 본거지인 경북 북부지역의 남쪽이며, 남명학의 본거지인 경남 서부지역의 동북쪽에 위치하여 성리학의 주변부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한강 정구와 대구권 성리학의 연계성을 확인하는 이 연구를 통해서, 우리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독특하면서도 두터운 성리학적 저변을 유지해온 대구지역의 정신사적 전통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질 수 있었으며, 또한 이러한 연구를 디딤돌로 삼아서 앞으로 대구권 성리학과 관련된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