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는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법제도가 만들어지고 잘 완비된 법에 의해 통치되고 유지되던 사회였다는 점에서는 고려시대와 분명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 조선은 건국부터 유교적 도덕왕국 건립이라는 국가통치이념이 표방하고 있는 사상적인 방향이 설정되어 있었음에도 한편에서는 성문법제도에 의한 법치주의를 내세운 특성이 있다. 국가는 백성 모두의 삶의 존재형식이고 구성원리이며 규범적 조직의 통일체이다. 국가는 국가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가능성과 잠재력을 개발하여 백성들이 삶을 연출하는 데에 보다 나은 무대와 장치를 마련해주는 기능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국가는 국왕 개인의 소유가 아니며 백성 또한 국가권력의 단순한 통치대상이 아니다. 종묘란왕가 혈통의 지속성을 국가라는 유기체의 존재이념 내에서 허용할 수 있는 지속성에의 보장제도인 것이다. 법제도 또한 백성들의 삶의 환경을 잘 형성시켜주는 데로 방향이 설정되어 있었다. 조선조 법제도의 특징은 조종성헌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변화된 현실을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법해석과 법적용의 장치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입법과 법해석, 그리고 법적용 등 매 단계마다 경전의 근본정신과 역사적 경험, 이전의 판례 등이 다양하게 원용되었다. 이는 조선조의 법제도가 법치주의의 근본정신을 저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탄력적인 운용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유교적 덕치주의를 표방하는 예치주의 원리에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성문법제도가 국가권력을 배경으로 법가적인 통치기술과 결합해 민본주의적 왕도정치를 실현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선시대의 유교적 민본주의는 이 땅에서 전개되는 모든 정치와 법제도가 오직 백성을 위해서 행해져야 한다는 사상적 전통을 심어주었음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