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근대학문이라는 범주 설정·패러다임적 특징·한계는 어떤 것인가, 그리고 근대학문에 대한 성찰적 반성으로서 나타난 이른바 탈근대학문의 생성 배경 및 근대학문과의 관계가 지닌 성격은 무엇인가, 또한 탈근대학문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서면서 보다 풍부한 사유방식을 생성할 가능성을 유교 학문론은 함의하고 있는가, 있다면 그 내용을 어떻게 다시 재구성해 제시할 수 있는가 등을 살펴보려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이에 대해 우선, 탈근대학문은 과학적 이성의 작용에 의한 진리 획득이라는 근대학문의 성립 기반을 해체하는 과정 자체이자 그것을 대체하려는 새로운 학문 패러다임의 생성임을 밝힌다. 그러나 세계와 개별자, 자아와 대상, 안과 밖의 고유성을 승인하면서도 상호교섭적 관계형식에 의해 그것들이 일체화하는 과정의 의미까지 포착할 수 있는 대안적 언어체계 구상이 탈근대학문의 과제임을 지적한다. 그래서 ‘해체와 차이’라는 개별성을 넘어서 행위의 관계망과 규범 생성에 근거해 학문적 의사소통의 맥락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공公적 학문 언어체계로서 유교의 학문론 혹은 공부론을 검토한다. 그 작업은 유교의 학문관, 학문에 대한 정의, 학문의 목적 설정, 학문하는 방법 등을 중심으로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