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근대의 새로운 문명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 시대, 우리들의 과업이다. 그리고 탈근대 교육의 청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나와 존재계의 근원적 통일성을 깨닫는 깨달음 교육이다. 전근대교육에서 깨달음 교육은 주로 종교교육이 담당하였다. 그러나 소수의 진실한 사제들을 제외하고는 종교는 대다수의 민중에게는 하나의 지배이데올로기와 신분적 족쇄로 작용하였다. 근대에 이르러 종교교육은 교육의 세속화라는 이름으로 공교육에서 제외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죽음교육은 깨달음 교육의 유일한 수단일지도 모른다.
화엄의 사사무애법계는 죽음교육의 단계를 잘 표현하고 있다. ‘죽음이 없다’라고 하는 이법계의 논리를 통해 죽음을 삶의 끝이라고 보는 사법계, 즉 근대적 죽음관을 극복하도록 하고, 그러한 이법계의 죽음 없음이 사법계의 죽음 있음과 걸림 없음을 보여 준다.
최종적으로 삶과 죽음이 지금, 여기서 걸림 없이 존재함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 바로 죽음교육이다. 이러한 죽음교육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삶이 삶과 죽음이라는 한 토막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고, 나아가 삶과 죽음이라는 양 둑을 사이에 두고 사랑의 강이 끝없이 흘러가는 삶=죽음을 살아=죽어가게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