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사회에서 공公은 관官을, 사私는 민民을 뜻한다고도 하고, 공이란 통치자의 입장을 말하는 것이요 사란 피통치자의 입장을 뜻하는 것이라고도 하지만, 성리학에 이르러 보다 이론적으로 정교하게 전개되면 천리를 따르는 것이 공(天理之公)이요 사람의 욕심을 따르는 것이 사(人欲之私)라고 구분된다. 공이란 천리天理, 다른 말로는 인간의 도리道理이며 사란 여기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효도와 같은 가족 내의 행위도 공이 된다. 동양 사상에서는 현대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사회와 개인 간의 공과 사의 근원적 대립 의식이 없다.
반면 근대 이전 서구에서는 공이란 기독교적 공이었으며 사회와 개인을 포함한 신의 모든 파생물들의 윤리적 지향이었다. 이것은 동양의 도덕적 세계관과 유사하다. 그러나 근대 세계에서 개인이란 신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의 이성에 의해 삶을 계획하고 사회를 구성해 나가는 존재로 규정되었으며 개인과 사회 및 자연과의 단절이라는 존재론적 대명제로 인해 공의 세계가 매우 축소되었다. 현대 사회에서의 공은 과거 동양에서와 같은 존재론적 당위의 공이 아니라 내면적 성찰을 결여한 외면적 규제로서의 공, 시민적 의무로서의 공, 사와 대립된 공이다.
동양 사상이 행위의 내재적 윤리성에 준하여 공과 사를 구분한다면, 현대의 사회 사상은 행위의 공간적 장에 의해 구분한다. 현대 사회에서 사회와 개인, 공과 사는 현대 사회 생활에서 서로 대립적인 존재로 우리 사회에도 이런 대립이 보편화되었다. 서구에서 보는 바와 같은 개인 생활과 사회 생활의 단절, 가족적 사회적 의무의 방기, 개인과 사회를 포괄하는 세계관의 부재, 그리고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다. 개인의 사와 사회의 공이 단절됨으로써 사람은 삶의 외연을 확대할 수 없고 사회는 공의 뿌리를 상실해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