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문제 의식은 분화와 다원화로 인해 성리학이 위기에 직면하자 척사위정파가 그 위기를 초래케 한 개인이나 집단을 상대로 왜 편가르기를 할 수밖에 없었으며, 어떻게 그 차별성을 유지했는가를 살피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대표적인 척사위정파인 화서학파華西學派의 이항로, 최익현, 김평묵, 유인석 등의 저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그 내용을 분석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먼저 ‘우리/그들의 편가르기’는 성리학의 위기의 시대에 성리학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도전과 관련되어 있다. 종교적·공간적·문화적 차원에서 설정된 그 외부 경계선은 ‘우리’로서의 성리학자의 정체성을 일치시키면서, ‘우리’의 반대편에 있는 ‘그들’을 명료화시키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화서학파는 ‘그들’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인식 아래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일탈적逸脫的 우리’와, 그리고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정상적正常的 우리’를 구분하는 ‘우리/우리의 편가르기’를 시도하였다. 이 내부의 경계선은 ‘일탈적 우리’에게 압력을 집중시킴으로써 이들로 하여금 성리학적 신념을 유지하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내·외부의 경계선은 선민 의식과 도덕적 이원론의 뒷받침을 받았기 때문에 척사위정파의 종교적 헌신이 가능했고, 이념적 차원에서 그 배타적 경계선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