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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Bangyo Language and Literature


  • - 주제 : 어문학분야 > 국문학
  • - 성격 : 학술지
  • - 간기: 연3회
  • - 국내 등재 : KCI 등재
  • - 해외 등재 : -
  • - ISSN : 1598-2734
  • - 간행물명 변경 사항 :
논문제목
수록 범위 : 38권 0호 (2014)

책머리에 : 학회(지)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반교어문학회
반교어문학회|반교어문연구  38권 0호, 2014 pp. 5-12 ( 총 8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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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 : 미디어융합과 한국문학의 재매개 ; “사운드스케이프 문화론”에 대한 시고

임태훈 ( Tae Hun Lim )
반교어문학회|반교어문연구  38권 0호, 2014 pp. 15-40 ( 총 26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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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스케이프 문화론’은 시각과 청각의 이분법을 따르지 않는다. 소리와 듣기를 초역사화된 개별 감각의 본성 속에서 규정하는 작업에 반대하며, 이른바 ‘소리의 문화사’로 분류되는 연구 경향과도 구별되고자 한다. ‘사운드스케이프 문화론’은 오히려 ‘몸만들기의 문화사’에 더 가깝다. 이 연구에서 ‘소리’란 청각에 한정된 현상만이 아니라 몸 전체로 체험하는 ‘울림’을 의미한다.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는 물리적인 음(音)부터 정동적 에너지, 정보의 흐름 등이 총망라된 세계와 몸이 상호작용하는 관계망을 뜻한다. 이 울림의 관계망을 미디어 환경과 신체화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이 연구가 지향하는 ‘사운드스케이프 문화론’이다. 인간의 환경세계를 둘러싼 각종 장치가 새롭게 구성되고, 그 장치들에 얽힌 사회 정치 경제의 연결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추적하는 역사적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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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에서 소설과 영화의 관계를 규명하려는 연구는 매개의 양방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미디어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로부터 그 관계의 역사적 순간들을 추적하기 위해 고안된 J. D. 볼터와 R.그루신의 ‘재매개(remediation)’ 개념은 서양영화를 콩트로 각색한 박태원의 「최후의억만장자」 분석에 매우 유용한 방법론을 제공해 준다. 사회풍자영화를 콩트로재매개하는 과정은 풍자라는 장르 유사성을 통해 투명성의 비매개(inmediacy)를 선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곧 서양영화라는 미디어의 매혹을 노골적으로전시하는 불투명성의 하이퍼매개(hypermdeiacy)와 충돌을 일으킨다. ‘경’이라는시퀀스 단위로 연재를 자유롭게 분할한다거나 영화의 한 쇼트(shot)를 연상시키는 정교한 삽화 이미지 등이 우선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준다. 더욱 주의해야 할 것은 발성영화시대 특작으로 급부상한 뮤지컬영화의 장치들이 개입한다거나, 무성영화시대부터 장르영화를 대표했던 탐정과 추리서사가 이야기를 주도하는 점 등이다. 하이퍼매개 욕망을 강하게 드러내는 탐정과 추리서사로의 각색은 원작 영화가 빚어내는 메시지, 즉 파시즘에 대한 신랄한 조롱을 파시즘을 중심으로 급부상한 세계체제의 음모를 파헤치는 탐정의 자격을 묻고 답함으로써, 제국주의에서 파시즘으로 이행하는 역사적 국면에 직면한 식민지 조선에 요구되는 정치적 입장을 내비친다. 이 작품이 탐정을 등장시켜 추리의 서사로 구성된 콩트라는 점은 원작이 풍자하는 세계체제의 음모를 비판적으로 응시하는 주체를 통한지정학적 미학(geopolitical aesthetic)의 출현을 암시한다. 콩트의 마지막에 베일에 싸여있던 동양청년이 자신을 ‘조선에서 온 탐정, 구보’라고 밝히는 위트 넘치는 장면은 그래서 이 작품을 식민지를 경험한 개인적 주체가 역사적 사실에 대해취할 수 있는 가장 격조 있는 태도로 세계체제의 공허한 가치들을 풍자하는 동시에 그러한 탐색 자체에 내재하는 허위의식을 들추어내는 정치적 무의식의 서사로 읽히게 한다.

특집 1 : 미디어융합과 한국문학의 재매개 ; 표현,저장,소통 -재매개의 순환과 미디어의 작용

임형택 ( Hyeong Taek Im )
반교어문학회|반교어문연구  38권 0호, 2014 pp. 71-104 ( 총 34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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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다양하게 미디어 변환되는 문학의 실상을 연구론으로 모색하는 시론에 해당한다. 작품과 문자 일변도로 문학연구를 고정하는 시각을 거둬낸다면 문학은 활용 가능한 모든 미디어의 양상으로 존재해 왔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간단히 말하자면, 보고 들은 것을 말하거나 기록했으며, 이러한 텍스트들을 듣거나 읽거나, 나아가 다른 식으로 말하고 기록함으로써 텍스트들을 파생했던 것이 문자 시대까지의 문학 존재상이었다. 그러나 외래문화가 다량 유입되고, 더군다나 미디어-테크놀로지까지 가세하는 근대 이후에는 이러한 양상이 더욱 더 복잡해졌다. 특히 한국 근대 문자문학의 들머리에는 유성기·라디오·영화 등의 미디어-테크놀로지와 연극·오페라 등의 서양 문화가 상호 작용 및 변환의 가능 영역에 함께 놓여있었다. 예컨대 고전문학의 구술 텍스트들은 문자화되는 한편으로 각종 미디어-테크놀로지와 서양 공연 양식에도 수용되었고 문자 텍스트들은 유성기음반에서 낭독되기도 했으며, 당대의 문자 텍스트들은 영화화되기도 했던 것이다. 미디어가 증가하고 그 사용이 심화되면 이와 같은 재매개(remediation)의 순환 양상은 일반화·가속화하게 된다. 따라서 문자 텍스트로 문학을 한정하기가 곤란하며, 그 외의 텍스트를 문학연구에서 제외하기가 불가능하다. 텍스트의 생산 시점-문자로 한정한다손 치더라도 다양하게 미디어 변환되어 수용되는 실상까지를 문학연구에서 제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실상이란 문학이 구술, 문자, 영화, 방송, 극, 공연, 인터넷 … 을 넘나들며 때로는 생산, 때로는 수용의 일면으로 산포하는 현실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순환 양상을 연구론으로 담아낼 수 있는 시각과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학을 의식한 연결고리를 설정하면서 문자 외의 텍스트들로 대상을 확장했더라도 미디어 시각이 결여돼있었다면 그것은 곧 영화, 방송, 극 … 연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디어와 그 변환 문제가 문학연구를 현실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논의들에서 필수적인 방법론이자 선결 논리로 요청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로서의 미디어변환은 미디어의 작용들로부터 탐구될 수 있다고 이 글은 주장한다. ‘표현·저장·소통’과 ‘… (표현n)-(저장n)-(소통n) … ’은 그 논의의 결과로써 이 글이 제시하는, 재매개의 순환 구조에서 미디어 작용의 개념들 및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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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근대 초기의 문헌자료들과 조선총독부 조선어급한문 교과 등을 대상으로 국한문체의 다양한 전개 양상과 번역의 관계를 개관해 보았다. 근대계몽기의 국한문체는 지금의 시선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희생을 감수하고 형성된 것이다. 조선사회의 신분적 지표이자 보편적 문화정체성으로 체질화 된 고전어한문의 세계를 국문이라는 절대적 범주 밖으로 밀어내는 일은 공사의 차원에서 지난한 과제이며 단기적으로 수행될 수 없는 성격이었다. 결국 당대의 국한문체는 과도기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 고전어 한문의 문화적 질서를 밀어내기 위해 수용된 번역은 여전히 전근대적 내포를 가진 동문(同文)의 권역 안에서 이루어졌기에 한자와 한문은 다시 호출될 수밖에 없었다. 국문은 제도적이고 정책적인 규범화가 필수적이나, 당대의 다양한 문체에서 이와 같은 합의를 찾기는 힘들다. 유길준, 신채호, 장지연, 최남선 등의 다양한 작가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근대 초기 국한문체와 번역의 과도기적 합의를 탐색하였다. 근대초기 문체와 번역의 우선적 극복대상은 문화권력이 되어버린 고전어 한문, 그리고 이에 근거한 신분질서였다. 이 선결의 과제를 위해 국문의 제도적이고 정책적인 규범화는 장래의 과제로 미루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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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한문은 우리말 구조로 되어 있지만 문장을 구성하는 각 어절의 실사는 한문의 실사를 그대로 끌어와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國漢文은 형태·통사적 측면에서 한문과 우리말 표기인 국문의 중간에 위치한다. 이러한 국한문의 공시적인 특징은, 통시적으로 한문을 우리말 문장으로 언해하는 중간 단계에서 만들어진 유형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갑오개혁의 과정에서 국한문 사용에 크게 기여한 兪吉濬은 ≪七書諺解≫의 法을 效則하여 ≪西遊見聞≫을 국한문으로 작성한다고 하였다. 실제로 ≪七書諺解≫의 諺解文은 ≪西遊見聞≫의 국한문과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七書諺解≫의 언해문은 ≪경서≫의 난해한 구절을 쉽게풀이한 釋義文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석의문은 한문의 실사들을 최소의 의미 단위로 분단하여 우리말 문장을 구성하는 어절의 실사로 활용한 것으로서, 어문생활사의 흐름 위에서 보면 석독구결문을 음독구결 방식으로 풀어서 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한문의 기원은 멀리 석독구 결이나 음독구결에 기원하고, ≪경서≫의 석의문이나 언해문을 직접 계승한, 한문을 우리말로 전환하는 한문 학습 방법에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한문은 조선시대에도 널리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국한문이 어떻게 대한제국 시기에 큰 흐름을 형성하여 현대국어 문장의 형성에 기여하게 _는_ 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의 어문생활사를 바탕으로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각도에서 심도 있는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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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의 목적은 현대 한국어 문체와 관련하여 국한혼용문 성경이 지니고 있는 국어사적 의의를 밝히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근대 계몽기 국한혼용문의 양상과 정착 과정의 고찰하고, 현대 한국어의 문체 형성과 국한혼용문 성경의 상관성을 살핀다. 근대 국어 시기의 국한혼용문 성경은 ‘新約全書 국한문’ 계열(1906년~)과 ‘簡易鮮漢文 舊譯’ 계열(1913년~)로 나뉜다. 전자는 1900년대의 일반적인 국한혼용문과 유사하지만 후자는 전혀 다른 형태의 국한혼용문이다. 이 시기의 일반적인 국한혼용문은 일본글을 모방한 기형적 문체라고 논의될 만큼, 한자어표현을 최대한 많이 쓰고자 했던, 일상적으로는 잘 쓰이지 않는 문체였다. 그러나 ‘簡易鮮漢文 舊譯’ 계열의 국한혼용문은 한자어만을 한자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구어와 비슷한 수준으로 구사된 국한혼용문이었다. 본고에서는 이것이 현대국어의 국한혼용문으로 이어졌을 것임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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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1920∼40년대 유성기 대중가요 음반의 음성자료를 중심으로 모음‘ㅚ, ㅟ’의 음가를 살피는데 목적이 있다. 본고에서 사용한 자료는 《신나라 레코드》에서 발매한 ‘유성기 대중가요 음반세트’의 CD 23장이다. 총 28명의 가수가 노래한 156곡 중에서 모음 ‘ㅚ’나 ‘ㅟ’를 포함한 297음절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먼저, 모음 ‘ㅚ’의 경우 주로 /w/계 상향 이중모음으로 가장 많이 발음되었고, 나머지는 단모음 [Ø], [e], [i], [o], [y] 등으로 발음되었다. 단모음 [Ø]는 ‘ㅟ’의 단모음 [y]에 비해서는 많이 발음되었는데, 그중 대부분이 동북지역에서 발음되었다. 반면, 동남지역의 발음은 다른 지역들과 비교하여 가장 여러 가지의 발음을 하고 있다. 모음 ‘ㅚ’는 동북지역 이외의 지역에서는 이미 상향 이중모음의 발음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모습을 보였으며, 드물게 단모음 [Ø]가 발음되었고, 선·후행 요소나 개인차에 따라 수의적으로 발음되는 다른 발음들을 볼 수 있었다. 모음 ‘ㅟ’ 역시 /w/계 상향 이중모음으로 가장 많이 발음되었다. 모음 ‘ㅚ’의 발음처럼 [we], [we] 등의 발음도 조금 있었는데, ‘ㅚ’와 다른 점은 하향 이중모음 [uj]의 발음이 적은 수이지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단모음으로는 [y], [i], [u], [e] 등의 발음이 나타나고, 이 중에서 단모음 [y]의 발음은 ‘ㅚ’에서 나타난 단모음 [Ø]와 비교하면 적게 나타난다. 지역적으로는 서북 동북지역에서 각각 두번씩, 서남 동남지역에서 한 번씩 나타나는 등 지역적 차이가 크지 않았다. 모음 ‘ㅚ’는 하향 이중모음([oi/oj])의 발음을 보이지 않은 반면, 모음 ‘ㅟ’는 하향 이중모음([ui])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모음 ‘ㅚ’에 비해 그 음가의 변화 속도가 더디게 이루어졌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체언 수식 부사의 발생과 의미

이금희 ( Keum Hee Lee )
반교어문학회|반교어문연구  38권 0호, 2014 pp. 277-310 ( 총 34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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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의 일반적인 기능은 용언이나 또 다른 부사를 수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어에는 체언을 수식하는 부사들이 존재한다. 체언은 관형사라는 문법 범주가 수식을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몇몇 부사 형태들은 관형사가 담당하는 문법범주를 침범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물론 하나의 형태가 ‘명사’나 ‘부사’로 쓰이고, ‘감탄사’나 ‘부사’로 쓰이는 등의 품사 통용을 하는 경우는 국어에서 흔한 현상이다. 그러나 본고에서 다루어지는 형태들은 부사로서의 쓰임에서는 서술어와의 제약이 크지 않는 데 반해 체언을 수식하는 경우에는 후행하는 명사가 극히 한정적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품사 통용과 차이점을 갖는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부사로서의 기능을 하던 형태들이 체언을 수식하게 되는 발생 과정이 있는 것으로, 아직 그 기능이 일반적인 관형사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본고에서는 기본적으로 부사로 기능하던 이런 형태들이 어떻게 체언을 수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그 발생 과정을 살펴보고, 그간의 연구에서 체언을 수식하는 부사들이라고 한 것들을 의미적으로 어떻게 유형화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보았다. 부사 형태들이 체언 수식을 하게 된 경위는 부사가 용언이나 동사구, 또는 문장에 선행할 수 있는 자유로운 위치적인 특성으로 인해 체언류와 인접할 수 있고, 그러한 과정에서 후행하는 체언과의 의미적 관련성으로 인해 수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체언 수식 부사들은 그것의 의미에 따라 수량의 많고 적음을 나타내는 종류와 위치의 높고 낮음의 정도성을 나타내는 종류, 그리고 상태의 많고 적음의 정도성을 나타내는 종류, 마지막으로 후행하는 명사를 지정하거나 강조하는 의미를 나타내는 종류들로 유형화해 볼 수 있다.

설문대할망의 창세신적 특성과 변모양상 -주변민족 여성신화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허남춘 ( Nam Choon Heo )
반교어문학회|반교어문연구  38권 0호, 2014 pp. 311-347 ( 총 37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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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대할망 이야기는 지금 전설로 남아 있다. 할망이 밥 짓고 빨래하고 바느질하던 흔적도 있고, 할망이 놓다 만 다리도 있다. 대개는 할망의 실패담이며 그 끝에는 죽솥에 빠져 죽었다거나 물장오리에 빠져 죽었다는 비극적인 전설이다. 그런데 할망이 한라산과 360여 개의 오름을 만들었다는 지형 형성의 이야기가 있어 우리를 주목하게 했다. 그것은 창세신화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문대할망이 천지를 분리하는 이야기에 덧붙여 바다에서 흙을 퍼올려 섬을 만들었다는 창세신화도 보인다. 이런 여성 창세신은 동아시아에 보편적이었다. 유구(琉球)에는 붙어 있는 하늘과 땅을 분리시켰다는 여신 아만츄가 있다. 중국소수민족 신화에도 여신이 하늘과 땅을 분리시킨다. 아부카허허는 하늘과 땅의 공간을 구분하고, 이어 낮과 밤의 시간을 구분하는 여신이다. 유구의 아마미쿄는 아만츄의 변형인데, 천상의 흙을 가져다가 섬을 만들었다고 한다. 천상에서 가져왔다고 했지만, 일부 이야기 속에는 바다 저편에서 가져왔다는 흔적이 있어, 수직적인 세계관에 앞서 수평적 세계관이 있었을 것으로 보았다. 수직적 세계관은 천상과 연결되고, 천상이 남신과 연결된다. 창세신화는 서서히 여신에서 남신으로 바뀐다. 만주족 신화를 예로 든다면, 아부카 허허는 뒤로 물러나고 아부카언두리라는 남신이 천지를 창조한 것으로 변모한다. 제주도 <초감제>에서는 도수문장이 하늘과 땅을 분리시켰다고 했다. 그 후 하늘과 땅은 저절로 개벽한다는 이야기로 바뀐다. 천지혼합의 상황에서 어느 날 천리가 분리된다고 했다. 인격신이 등장하던 이야기는 사라지고 비인격신의 이야기가 나타난다. 음양과 청탁의 기운으로 천지가 분리된다고 하는 일본 신화의 예를 보더라도 신화 속에 중세 합리주의적 사고가 작용하게 된다. 여성신에서 남성신으로 바뀐 신화체계는 지속된다. 여성신 이야기는 계속 풍화된다. 할머니 신은 마고나 노고가 되고 산신으로 숨어든다. 설문대할망도 음부로 물고기를 잡거나 사냥을 하는 세속화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런데 왜 우리 시대에 갑자기 여성신이 호출되는가. 설문대할망 이야기가 다시 부활한 것은 나름의 연유가 있을 것이다. 여성신의 순수증여와 사랑은 남성신의 횡포와 우승열패의 신화가 횡행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하기도 했다. 원시와 고대의 신화 속에 담긴 중요한 메시지, ‘사람과 다른 생명체, 인간과 자연의 바람직한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도가 작용하기도 했다. 여성신화의 부활 속에서 우리는 경쟁의 사회에서 공감의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기미를 느낄 수 있다. 무한 경쟁으로 지구를 파멸시켰던 근대문명을 반성하고 인간과 자연의 생명을 중시하는 정신이 창세신화를 통해 회복되기를 기원하는 바람으로 이 논문이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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