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버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메뉴 바로가기

논문검색은 역시 페이퍼서치

구비문학연구검색

Journal of Korean Oral Literature


  • - 주제 : 어문학분야 > 국문학
  • - 성격 : 학술지
  • - 간기: 계간
  • - 국내 등재 : KCI 등재
  • - 해외 등재 : -
  • - ISSN : 1229-019X
  • - 간행물명 변경 사항 :
논문제목
수록 범위 : 52권 0호 (2019)

여성생애담에 나타난 ‘교환’과 ‘순리’의 상관성 연구

김정경 ( Kim Jeong Gyeong )
한국구비문학회|구비문학연구  52권 0호, 2019 pp. 5-30 ( 총 26 pages)
6,600
초록보기
이 글에서는 산업화 초기 가정의 주 부양자였던 여성들의 생애담을 검토하여, 이들의 삶에 나타난 정의 또는 윤리의 문제에 대해 논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이들에게 돈이란 삶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였고 어떤 행위나 인물을 판단하는 주된 기준이었음에 착안하여, 생애담 속에서 화자가 특정 인물에 대해 언급하는 방식을 ‘돈’과 관련하여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이 시기 여성들의 독특한 세계관을 찾아보았다. 이 연구는 『시집살이 이야기 집성1-10』 가운데 양육과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동시에 돈을 벌어 가계를 책임진 세 여성의 생애담을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이 화자들의 삶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기제는 ‘교환’임을 알았다. 이들에게 세계는 교환할 수 있는 대상과 교환할 수 없는 대상으로 나뉘어있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곧 윤리적인 삶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비윤리적인 것 혹은 문제적인 것은 교환해야만 하는 대상을 교환하지 않으려 하거나, 교환할 수 없는 것을 교환하려고 하는 행위이다. 이 글에서는 이 여성들이 근대 이전의 질서, 즉 ‘섭리’라 부를 수 있는 절대적인 질서에 순종하는 것과도, 근대의 질서, 즉 ‘정의’라 부르는 분배의 공정함과 같은 사회적·공적 질서와도 구별되는 독특한 세계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옳고 그름에 대한 이 여성들의 감각을 정의와 구분하여 ‘순리’라고 명명했다. 공적인 정의 관념을 배워서 내면화하지 못한 이들에게 세계를 이해하고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기준으로서의 순리가 존재했으며, 그것은 도시에서의 경제활동과 맞물려 ‘교환’이라는 형태로 체화되었다는 것이다. 특정 시기 여성 삶의 윤리를 ‘섭리’ 혹은 ‘정의’와 구분하려는 이 같은 시도는 여성의 노동을 보살핌이나 돌봄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그것을 신화화하는 것과는 다른 관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감정과 경험을 통한 설화의 확장과 변주 : 「오누이 힘내기」 설화를 중심으로

김준희 ( Kim Jun Hee )
한국구비문학회|구비문학연구  52권 0호, 2019 pp. 31-64 ( 총 34 pages)
7,400
초록보기
본고는 「오누이 힘내기」 설화를 대상으로 감정을 중심으로 한 인지적 요소가 설화의 확장과 변주에 관여하는 양상을 살펴보는 연구이다. 「오누이 힘내기」 설화는 주요인물인 누이와 오빠/남동생에 대한 화자들의 태도가 일괄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논쟁적 담론을 발생시킨다. 이와 같은 설화의 다기한 변모 양상을 살피는 데 있어서 본고는 감정과 경험 등의 요소에 주목하였다. 감정 등의 인지적 요소가 서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인지 서사학 등 관련 이론을 검토한 후, 선행 연구의 유형 구분을 기반으로 실제 각편들을 사례로 논의를 전개하였다. 화자의 망각이나 혼동에 의한 예외적 변이로 치부될 수 있는 각편들은 ‘감정’의 서사성을 증거하는 예시가 될 수 있다. 어머니가 오빠/남동생을 도와 누이가 패배한 유형에서, 억울하게 죽은 누이의 원한은 ‘원인’이 되어 다른 사건을 발생시키기도 하고, 특정 증거물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전승을 확장시킨다. 고정된 결말을 이탈하는 화자의 ‘착오’ 또한 단순히 예외적 사례로 치부하기보다 감정적 요소가 화자의 서사 인지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았다. 반면 누나가 스스로 승부를 포기한 유형에서는 누나의 감정이 비교적 가려져있으며 대신 남성 인물에 대한 애도라는 집단 정서가 우세하게 나타난다. 나아가 관련장소에 대한 화자의 경험이 서사에 편입됨으로써 전승의 변주가 일어나는 양상을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기존 줄거리가 보전되는 안정적 전승과 어긋나는 양상이 발견되기도 하나, 실제 각편의 차원에서 화자들이 ‘말할 만한 것’으로 선택하는 대상을 주목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6,700
초록보기
이 글은 <안택굿-앉인굿>, <살풀이>, <셍굿-원맥이> 등 세 편의 함경도 무속서사시를 대상으로 삼아서, ‘자식살해’ 모티프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안택굿-앉인굿>은 <효자와동자삼> 설화와 유사한 서사를 보여준다. 죽을 병에 걸린 시아버지를 구완하기 위해서 자식을 희생시키려는 어머니의 모습과 그 마음에 감동한 옥황상제가 이들을 모두 행복으로 이끈다는 서사는 초합리성을 바탕으로 자애와 효 사이의 딜레마를 극적으로 해결한다. 자식살해라는 사태가 윤리적 서사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 무속서사시는 망자천도굿인 망묵이굿에서 구연되는 것으로 여러 巫神이 망자를 잘 인도하려는 방향으로 마음(感)이 움직이도록(動) 하는 무속서사시인 것이다. 자식을 희생시키고 내 눈이 멀어버릴지언정 시아버지를 구완하겠다는 간절함. 그러한 간절함이 있을 때 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가장 소중한 것을 버릴 수 있을 만큼의 至誠이 있을 때 그에 버금가는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살풀이>는 말 그대로 煞을 없애기 위해서 연행되는 祭次에서 불리는 무속서사시이다. 아무런 죄 없는 전실 자식을 죽이려는 새어머니, 그리고 이를 방관하는 것도 모자라 공모하는 친아버지. 이러한 불의함이 살을 만들어 낸다. 이 굿거리와 무속서사시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질렀을지 모를 악행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살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는 것은 살이 끼일 정도의 불의한 상황이 전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의 심판자가 되어 삶을 성찰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셍굿-원맥이>는 청애선비의 아들로 태어난 성인이 보여주는 사회적 선의 구현 과정을 보여준다. 중생구제라는 대의를 실현하기 위한 성인의 종각 주조와 어머니의 실언으로 희생양으로 지목된 원맥이 사이의 갈등은 원맥이의 자발적 희생으로 봉합된다. 하지만 그것은 미봉에 그칠 뿐이고 성인은 억울함을 토로하는 원맥이의 혼을 종각에서 꺼낸다. 성인은 낮은 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억울함을 해소하고 다시 사회적선을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존재이다. 원맥이 역시 기꺼이 손풀이에서 말기를 맡아 성인의 구현하려고 했던 사회적 선에 기여한다. 이러한 성인과 원맥이를 풀어 섬김으로써 굿거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기원하는 집안의 경사를 인식적 차원에서 사회로 확장한다.

<고전적본풀이>의 형성과 전승의 문제

이현정 ( Lee Hyun-jeung )
한국구비문학회|구비문학연구  52권 0호, 2019 pp. 93-137 ( 총 45 pages)
12,000
초록보기
이 글은 제주도 무속에서 전승되는 조상신본풀이 중 하나인 <고전적본풀이>를 다룬다. 무엇보다 해당 본풀이의 형성과 전승에 영향을 끼친 변이 원인들을 다각도로 살피는 데 중점을 두었다. <고전적본풀이>는 신분과 혈연 의식이 강조된 조상신본풀이이다. 서사의 큰 틀은 보편적인 조상신본풀이의 작법을 취하는 듯 보이나, 남성 조상신의 지위와 명망에 연관된 내용을 전반부에 부각시키고 혈연 관계의 신격에 비중을 두어 전승을 이어온 정황이 포착된다. 이 서사특성과 함께 본풀이의 전승을 둘러싼 역사적 배경을 따진 결과, 본래 가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고홍진이 아닌 명도암 마을의 설촌자 고이지의 내력을 신격화 하였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고전적본풀이>와 관련 조상신앙은 <김전적본풀이>와 관련 조상신앙을 형성하는 전범이었다. <김전적본풀이>가 형성된 배경은 두 집안의 혼인 관계와 관련되어 있다. <김전적본풀이>는 명도암 김씨 집안이 명도암 고씨 집안과는 별도로 자신들의 직계혈족인 김진용과 자식들의 업적을 내세우기 위하여 마련된 조상신앙이다. 명도암 김씨 집안이 자신들의 조상신앙을 마련해 가는 과정은 제주도 무속에서 한 집안의 조상신앙이나 조상신본풀이가 생성되는 일례를 보여준다. 더하여 명도암 김씨 집안의 가문의식은 제주도 무속 내에서 <고전적본풀이>와 관련된 전승맥락―당신앙, 의례 등―의 변이를 야기하여 왔다. 이처럼 <고전적본풀이>의 형성과 전승의 문제는 전승공동체의 지향점과 필요에 따라, 조상신앙 또는 조상신본풀이가 끊임없이 생성, 변이, 파생의 길을 걸어 온 과정과 맞물려 있다.
7,300
초록보기
1947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한국의 열두 달 이야기(Koreanische Monatsgeschichten)』가 출간된다. 한흥수는 독일어권에서 교수직을 수행할 수 있는 안정적 지위를 포기하고 북한으로 돌아가기 직전 이 책을 내놓았다. 서문에 따르면 그는 한국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유럽의 친구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가 알리고자 했던 바는 한국인들이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 효와 의리를 중시하는 민족, 고향을 사랑하고 약자를 도와주고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려는 마음을 지닌 민족, 단일 언어를 쓰는 단일 민족이라는 점이었다. 한흥수는 출간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어린 시절 할머니한테서 들었던 옛 이야기와 세시풍속에 대한 기억을 소환한다. 그런데 그의 소환 코드는 사회주의적 민족주의였다. 이 코드에 의해 세시 풍속과 관련 설화는 일종의 문화번역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결과 기억은 변형되고 설화는 개작된다. 무수한 외침에도 희생과 단결을 통해 외적을 물리친 민족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서동설화는 왜의 침략에 맞선 신라와 백제의 통일 이야기로 바뀐다. 절의를 중시하는 민족 이미지를 주조하기 위해 중국 춘주시대의 인물 개자추는 신라 충신이 되고, 백일홍 전설은 정절의 지키다 죽은 약혼녀의 이야기가 되고, 마의태자와 낙랑공주는 한 해 한번만 팥죽을 앞에 두고 만나는 관계가 된다. 평화민족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낙화암 전설은 평화로운 백제인들이 북쪽의 미개한 기마민족에게 유린당한 이야기로 변형되고, 은혜 갚은 꿩이 친 종소리는 새해의 도래와 채무변제를 알리는 희소식으로 대체된다. 한흥수의 설화 개작과 문화 번역은 2차 대전을 경험한 유럽인들에게, 일제의 식민지 상태를 막 벗어난 한국인들에 대한 긍정적 민족 이미지를 전해주기 위한 작업이었다. 동시에 신조선 건설에 복무하기 위해 조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한흥수의 새로운 코리아에 대한 민족주의적 이상을 투사한 작업이기도 했다.

견훤 출생담의 신화학적 검토 : 출생지 또는 출계 문제를 중심으로

천혜숙 ( Chun Hye Sook )
한국구비문학회|구비문학연구  52권 0호, 2019 pp. 173-215 ( 총 43 pages)
11,800
초록보기
견훤의 출생지나 출계에 대한 의문은 아주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사료상의 착종과 공백으로 인해 역사학계에서는 광주 출생설과 문경[상주] 출생설, 아자개-견훤 부자관계의 긍정·부정론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견훤 출생담의 쟁점들에 관해서는 사료 기록의 문면만 맴도는 해석 또는 추론에서 벗어나서, 전설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나아가 신화학 또는 민속학의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역사 전설들이 독자성과 변이를 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지역사의 맥락에서 형성되고 전승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견훤의 출생지로 거명된 문경과 광주 지역의 전설들을 비교해 보면 그 물량과 다양성의 면에서 문경이 광주를 압도한다. 특히 문경가은읍과 농암면 일대는 견훤의 출생담, 성장기 일화와 훈련담, 그리고 성터 등의 유적과 지명전설에 이르기까지 풍부하고 다양한 전승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서 채록된 성장기 일화와 훈련담은 견훤전설이 전승되어 온 다른 어떤 지역에서도 볼 수 없는 국면이다. 그에 비해 광주지역은 『삼국유사』 「고기」의 야래자 형 출생설화 외에는 다른 독자적 유형이 확인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견훤은 문경 가은읍 ‘출신’으로, 적어도 성장기를 이곳에서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문경이 견훤의 생장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광주 출생설에 대해서는 오류라거나 잘못된 전승이라고 볼 수는 없다. 광주 출생설의 근거가 된 「고기」 자료는 사실적역사의 관점에서만 접근할 것은 아니다. 광주는 후백제 건국이라는 혁명적 신화가 이루어진 지역으로, 새 나라의 창업이 이루어졌으니 그 지역을 기반으로 혁명 영웅의 신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견훤의 광주 북촌녀 출생설화는 그렇게 탄생된 신화이다. 따라서 「고기」의 내용은 사실적 역사라기보다는 신화적 역사에 가까운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경 출생인가 광주 출생인가는 양자택일의 사안이 아니며,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한 문제이다. 어쩌면 모순된 두 출생설은 견훤의 출생에 대한 다른 담론적 국면을 취한 것이 아닌가 짐작되기도 한다. 한편으로 출생지의 다원적 발생은 오히려 전승과정에서 이루어진 신화적 재현의 국면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시는 혁명아 견훤이 신화적 존재로서 여러 지역에서 인구에 회자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주의 사례도 그러한 신화적 재현으로 볼 수 있다. 상주군 화북면과 화서면에서도 출생설이 확인되는데, 이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기록에서 당시의 행정명을 따라 문경 가은을 상주 가은으로 표기한 사실, 또는 견훤의 아버지로 알려진 아자개가 사벌국 성주였던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문경의 가은· 농암과 상주의 화북· 화서지역이 워낙 인접한 곳이기도 하지만, 아자개와 견훤이 부자관계였다면, 아자개를 따라 성장기 견훤의 발길이 이곳 상주까지 미쳤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 밖에도 청도와 장성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견훤산성이 있거나 다른 연고가 있는 지역에서 출생지 신화가 더 재현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결국 견훤은 패배한 영웅으로, 고려조 이래 부정적인 인물로 인식되어 온 역사가 오래 지속되었으므로 그러한 신화적 재현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견훤의 출계(出系)에 대해서는 아자개와 견훤의 부자관계에 대한 긍정과 부정론이 맞서 왔는데, 사료의 문면에 대한 해석에서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남아 있다. 후삼국 전쟁에서 한창 맹위를 떨치던 장남 견훤을 뒤로 하고 태조에게 귀부한 아버지, 장군으로 당시 세상에 이름을 날렸으면서도 어느 누구도 맏형의 거사에 참여하지 않은 남자형제들의 모습은 견훤의 친부이거나 친형제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면면이다. 이는 견훤이 15세에 아버지의 성인 이(李)를 버리고 독자적으로 견(甄) 성을 취한 일과더불어 견훤의 출계 문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더라도 역사학계의 한 쪽 주장처럼 부자관계가 아니라고 하고 말 일은 아니다. 실제 역사로부터 200여 년 후에 씌어진 정사서에 아자개의 아들로 기록되어 있고, 「이제가기」라는 이씨 가문의 세보에도 가족관계로 올라있는 사실을 가볍게 취급할 수 없다. 이 상황을 전통 혼속의 관점에서 추론해 보면, 견훤- 아자개의 관계는 주몽- 금와왕의 관계와 방불한 면이 있다. 유화가 주몽을 잉태한 채 금와의 측실로 들어간 것처럼, 견훤의 모가 견훤을 데리고 아자개와 혼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야래자’ 유형의 동숙(同宿) 형태가 ‘서옥’제를 반영한다는 사실, 또한 서옥제의 이러한 ‘잠정적이고 가변적인 혼인형태’가 일부 영웅신화에서 보이는 ‘부계(父系) 부재’ 또는 ‘모자 결속’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에 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아자개를 견훤의 의부(義父)로 본다면, 위의 석연치 않은 의문들이 상당히 해소될 수 있다. 지역 전승의 견훤 출생담들이 대부분 야래자 유형인 데다 견훤의 어머니가 편모로 나타나는 변이가 많은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견훤의 출계 문제에 관한 한, 이렇게 신화에 갈무리되어 온 ‘혼인’의 기호를 통해서 해명의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여자의 기원’에 대한 신화적 의미 검토 -남미 원주민의 <여자기원신화>를 중심으로-

최원오 ( Choi Won Oh )
한국구비문학회|구비문학연구  52권 0호, 2019 pp. 217-255 ( 총 39 pages)
7,900
초록보기
본 논문은 남아메리카의 몇몇 원주민에게서 구비전승되어 온 <여자기원신화>의 신화적 의미를 분석한 것이다. <여자기원신화>는 넓게 보면 ‘인류기원신화’의 범주에 포함된다. ‘인류기원신화’는 크게 3가지 물음에 기초하여 있다. 즉 ‘최초인간은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가?’, ‘어떻게 최초인간에 인간적 속성이 부여되었는가?’, ‘최초인간은 어떻게 번성하여 인류라는 무리를 이루게 되었는가?’ 등이 그것이다. 이 중 <여자기원신화>는 세 번째 물음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여자기원신화>는 몇 편의 예외적 자료를 제외하면, 여자들의 질(膣)에 이빨이 있는가, 없는가의 유무에 따라 2개의 유형으로 구분된다. 전자를 유형Ⅰ, 후자를 유형Ⅱ라 칭하였다. 두 유형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공간적 전환의 구조는 여자들의 거주공간의 변화로써 설명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남자들의 의식주가 여자들이 담당해야 할 의식주로 포획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유형Ⅰ에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즉 여자들의 질에 있던 이빨의 제거에 따른 신체적 속성의 변화는 여자들의 기능을 섹스와 출산, 집안일 등으로 한정시키고, 그와 관련한 결혼의식상의 금기를 생산해 내었다는 등의 의미를 함축한다. 요컨대 <여자기원신화>는 최초인간에 부여되는 인간적 속성을 신체적, 정신적 자질로써만 한정하여 설명하려 하지 않고, 그와 결부하여 사회문화적 기원까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여자들과 관련한 이러한 2가지 특징은 지상의 최초남자들을 ‘인간-동물’의 단계에서 ‘인간’의 단계로 가는 과정을 이끌어낸다. 그런 점에서 <여자기원신화>는 동물과 인간의 경계에 대한 신화적 사유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5.18 경험의 서사와 이야기하기의 윤리

한정훈 ( Han Jeong-hoon )
한국구비문학회|구비문학연구  52권 0호, 2019 pp. 257-302 ( 총 46 pages)
12,100
초록보기
본 연구는 광주민주화운동 경험의 서사를 대상으로 문학의 정치가 시작·구성되는 과정에 대해서 살펴본다. 1980년 5월 광주는 국가폭력의 대상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수부대에 의해서 폭력과 죽음을 경험했다. 광주 사람들이 폭력의 공포를 이겨내고 거리에 나와서 저항했던 이유, 개별 주체들이 하나의 정치 구성체로 전환된 공동체의식, 타인의 죽음을 대면하면서 느낄 수밖에 없었던 부끄러움, 이러한 부끄러움이 윤리의 문제로 전환되어 사람들이 이야기를 해야만 했던 이유 등에 대해서 살펴본다. 광주 사람들이 과거의 이야기를 5.18과 접속 시키면서, 이야기의 구조와 상징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5.18을 경험한 사람들이 지니고 있던 부끄러움이 윤리 문제로 전환되어 반영된 결과였고, 나아가 문학의 정치를 구성하는 과정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