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보기
이 이 글은 독립운동의 철학, 곧 독립운동의 사상을 민주공화주의 이념과 연관지워 연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손병희, 한용운, 오세창 등 조선민족대표 33인의 명의로 발표된 기미독립선언문에는 정의와 인도주의 및 자유의 정신 등이 언급되고 있지만 아직 민주공화주의 이념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3·1운동에 대한 화답으로 그로부터 불과 몇 달 후에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헌법에 해당하는 ``임시헌장``과 ``임시헌법``에는 민주공화주의가 명문화된다. 이는 사실상 매우 커다란 차이이며, 사상사적 관점에서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아마도 기미독립선언문이 천황제를 고수하던 제국주의 일본치하에 있던 국내에서 입안되고 발표된 점과 임정의 헌법들이 해외 독립운동 지역들에서 발표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겠지만,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 민주공화주의 이념이 등장한 것은 단순히 미국독립혁명이나 신해혁명, 바이마르 헌법 등의 외적 영향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당대의 국내적 상황 즉, 일제의 강점과 1910년 융희황제(隆熙皇帝: 순종)의 주권 포기 선언이라는 암울한 배경과 나아가 당시의 국제 정세와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있던 애국독립지사들의 매우 현명한 주체적, 능동적인 사상적 대응의 일환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독립운동이 민주공화주의 이념을 수용한 이유는 첫째, 국권회복을 위해 망명정부를 수립하려던 움직임마저 여의치 않은 가운데 국권의 계속성과 정통성을 합법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방안이었고, 둘째, 3.1운동을 봉건군주제와 제국주의적 강압에 반대하는 근대적 시민혁명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했기 때문이었으며, 셋째, 국가와 민족중흥의 힘과 가능성을 국민의 내적 역량 속에서 발견하고자 하는 열망이자 노력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한국사의 진정한 근대는 시민혁명으로 발전한 3.1운동으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