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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이론과 비평검색

Korean literary theory and criticism (KLTC)


  • - 주제 : 어문학분야 > 국문학
  • - 성격 : 학술지
  • - 간기: 계간
  • - 국내 등재 : KCI 등재
  • - 해외 등재 : -
  • - ISSN : 1598-3501
  • - 간행물명 변경 사항 :
논문제목
수록 범위 : 66권 0호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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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노인에 대한 사회의 고정관념은 노년기에 접어든 개인에게 정체성의 위기를 불러일으킨다. 노인은 특정한 시기적 범주의 개인이 아니며, 지속적인 시간과 삶의 연장 속에서 구성되는 자아의 새로운 양상이다. 따라서 노년기에는 정체성의 재구성이 이루어지며, 노년의 자아 정체감을 안정적으로 획득하게 되는 것을 입사의 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한국문학사의 대표적 노년소설 작가인 박완서의 「저물녘의 황홀」, 「석양에 등을 지고 그림자를 밟다」는 바로 노년기 입사 체험의 양식을 서사의 구성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자아와의 불화(不和), 체험적 회고, 노년의 수용으로 이루어지는 소설의 서사구조는 곧 노년기에 접어든 개인의 정체성 회복, 또는 정체성 재구성의 방식을 보여준다. 노년 입사소설은 삶의 구체적 현장에서 구성해낸 노년의 삶과 정서들을 재현함으로써 노년기 역할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역할을 미리 준비하는 ‘예기적 사회화(anticipatory socialization)’를 통해 노년기의 불안과 무규범의 혼란에서 벗어나게 하고 궁극적으로 노인층의 자기 존중감 및 사회정체감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죽음’ 문제 연구

김혜경 ( Kim Hae-ky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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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죽음의 문제를 세 가지 차원에서 살펴본 것이다. 박완서에게 죽음은 그의 삶의 이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글은 박완서에게 죽음의 문제가 어떻게 작품에서 표현되는가에 관해 그 변화과정과 의식, 태도를 보여준다. 첫 번째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은폐, 저항의 문제이다. 어린 시절 경험한 오빠의 죽음은 「부처님 근처」에서 오랜 세월 ‘은폐된 죽음’, ‘삼켜진 죽음’으로 그려진다. 또한 「저문 날의 삽화 5」는 박완서에게 가장 큰 공포와 섬뜩함, 절망과 두려움을 안긴 자식의 죽음, ‘역리의 죽음’에 대한 애절한 증언이다. 두 번째는 발설의 카타르시스를 통한 ‘죽음’ 치유하기의 과정이다. 죽음에 대한 발설은 자신에게 다가올 극도의 불안감을 희석시키고 죽음에 순응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길고 재미 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에 등장하는 노인들의 죽음에 관한 발설과 「부처님 근처」의 토악질은 죽음과 연관된 은폐된 고통을 뱉어내고 공포를 이겨내며, 영혼을 자유롭게 하는 치유의 기능을 한다. 세 번째는 긍정적인 성찰과 수용으로서의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이다. 그는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과 「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에서 죽음과 운명의 문제를 담백하게 그려낸다. 그는 삶-죽음의 대칭적 관계에서 죽음을 더 이상 공포와 거부가 아닌 수용으로 이해하고, 복된 죽음, 고운 죽음을 의연하게 기다린다. 박완서 소설에서 죽음의 문제가 의미 있게 제기되는 것은 작가의 죽음에 관한 체험에서 내재된 내면적 의식 때문이다. 그의 죽음에 대한 의식은 공포와 은폐ㆍ저항의 단계에서, 발설을 통한 치유와 순응을 뛰어 넘어, 최대한 충만한 삶으로 마무리하고자 염원했던 작가적 의지이며 소원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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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는 가족 상실의 테마가 종용하는 죄의식과 생존의 논리에 의해 파장되는 개인의 윤리적 책임 사이에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는 소설이다. 한국 사회에서 ‘운명공동체’로 각인되던 수직적인 혈연 가족은 실상죄의 공모와 개인에게 내재된 악의 요소를 대속하는 대리물에 의해 유지되는 불완전한 집단의 성격을 띤다. 텍스트 내에서 전쟁에 대한 불안은 아이들의 본능을 악의 존재와 착한 아이 콤플렉스로 이분화시킨다. 오목은 전쟁과 언어폭력의 공모로 인해 가족 내에서 호모 사케르적인 타자로 전락하고 동생을 유기한 수지의 죄의식은 중산층의 빈핍 속에서도 끊임없이 오목과의 인연을 만들며 개인의 윤리를 직시하도록 수지에게 회귀된다. 죄의 공모를 통해 ‘우리’라는 합리화로 의식을 외장했던 인물들은 죄의 대속물을 설정하면서 개인의 윤리에 다가간다. 일남의 친부에 대한 진실, 은 표주박, 고아원으로 대변되는 실재의 파편들은 오목-수지-수철이 처한 상황에서 개인이 직시해야 할 수직적 혈연 가족의 균열지점이다. 인물들이 외면한 진실에 의해 수직적 혈연 가족이 파열되고 죄의 공모에서 벗어나 “1951년의 추위와 그 이상한 허기”가 바로 자신만의 몫임을 깨달은 수지의 윤리에 의해 新가족 공동체의 형성이 가능해 진다. 죽은 오목이 남긴 인재, 일환의 아이들과 수지는 고아들의 집단이자 타자들의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 박완서 소설은 혈연과 계층의 폐쇄성이 소거된 상황에서 가족 구성원의 타자성을 인정하는 수평적인 新가족 공동체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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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는 오랜 세월동안 이 땅의 서사를 여성적 글쓰기로써 우리에게 전하려 했다. 박완서는 「미망」, 「나목」, 「엄마의 말뚝」, 「도시의 흉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등의 작품으로 여성의 주변부서사를 전함으로써 기존 중심부 서사 속에 그 시대를 겪어 온 수 많은 여성의 목소리도 포함되어야 진정한 역사임을 강조해 왔다. 이 논문의 목적은 박완서라는 여성주체작가가 역사적 글쓰기를 함에 있어 사용한 서사전략인 자서전적 글쓰기의 의미작용을 확인해 보는 데에 있다. 박완서 작가가 활동한 초기에는 여성작가의 위치가 그리 탄탄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여성의 목소리로 남성의 역사적 글쓰기가 포착하지 못한 틈새를 메워 나가기 시작하였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논문에서는 그녀가 여성 작가로서 남성 중심의 역사를 자서전적 글쓰기로 다시 쓰고자 하는 전략과 그 의미과정을 살펴봄으로써, 남성 지배 중심의 역사화를 극복하는 저항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다. 박완서가 『그 남자네 집』에서 사용한 소수자만이 이용할 수 있는 감각의 대항성은 기존의 글쓰기의 내용에 균열을 내고 미처 재현되지 못한 역사의 장을 기록으로 승화한다. 그리고 여성만이 기술할 수 있는 영역을 서사화하고 기억 속의 감각을 여성만의 몸과 집의 공간으로 전유함으로써 극복한다. 여성의 자서전적 글쓰기는 중심부 서사에 대한 대항실천으로서 기능하고 있는데 이 서술의 작동원리에 기억의 감각이 관여한다. 박완서는 서사와 자서전적 서사라는 경계 위에서 전쟁의 주변부를 서사화하면서 기억이라는 행위를 통해 역사를 소환한다. 그리고 과거의 집과 그곳에 있었던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현재와 과거가 만나는 혼종의 시간을 기억을 다시 쓰는 서사 속에서 완성한다. 이때 체현되는 미각이라는 감각은 굶주림의 전쟁 속에서도 살아 있는 생존의 주체를 재현하는데에 기여함으로써 새로운 저항성을 함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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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대학 글쓰기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아 치유적 글쓰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창의적 발상법을 활용한 교수 방법을 제안하는데 목적이 있다. 자아 치유적 글쓰기는 자기 성찰적 글쓰기를 보다 심화시키려는 시도이며 자아존재를 탐색하고, 이해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을 거치는 심리적ㆍ치유적 글쓰기이다. 오늘날 대학생들이 겪는 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충돌, 불만과 불화, 소외와 부적응 등 외상성 스트레스 증후군을 극복하고, 이 시대에 부합하기 위해서 내면 면역을 향상시킬 필요성이 있다. 이에 자아 치유적 글쓰기는 존재에 대한 언어적 성찰을 통해 인지적 관점에서 인간의 경험을 조직하고 형상화함으로써 자아를 재탐색하고 생성된 의미를 사고 안에 저장하여 부정적 정신 작용을 긍정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연구방법으로 창의적 발상법인 자유연상법, 마인드 맵, 스캠퍼 등 세 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카타르시스, 자아성찰, 통찰과 통합 등 심리적 기제가 발휘된다는 것을, 신달자 산문과 운문 창작과정을 중심으로 연구 하였다. 이를테면 자유연상법은 억압되어 있는 이미지를 단어로 전환하여 자유롭게 쓰게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수기 형식의 서사로 구성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마인드맵은 자유연상법을 활용하여 수기형식으로 쓴 글을 마인드맵을 적용하여 산문형식으로 새롭게 구성하면서 자아성찰을, 스캠퍼는 마인드맵을 활용하여 자화상 시로 재구성하면서 분열된 자아와 분리된 세계 간의 통찰과 통합 과정으로 보았다. 자아를 들여다보는 글쓰기는 인간 내면을 비추는 거울로 작용하며 자아 내면에 투영된 자아성찰의 도구가 된다. 또한 거울 밖의 실상과 거울 속의 허상은 서로 다른 방향을 취하고 있는 바, 상징적으로 거울은 내면과 외면의 이중성 혹은 양면성 이미지를 재생하고 흡수하며 반영하는 동시에 왜곡하기도 한다. 이렇게 학생들이 아이디어 산출법을 활용하여 신달자와 같이 산문과 시를 창작하면서 트라우마 체험과 언어를 재조직화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카타르시스, 자아성찰, 통찰과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 본고는 학생들이 아이디어 산출법과 창작을 병행하면서 자신이 경험한 상처에 몰입하여 시를 쓰면서, 억압된 감정을 유사한 증상의 언어를 통해 외부에 표출함으로써 정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방법을, 신달자의 글쓰기를 토대로 기술하였다. 이것은 언어적 성찰 속에서 정서적 변화를 모색하게 하여 자아성찰과 현실 극복 등 정서장애를 극복하도록 기능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아 치유적 글쓰기’는 대학생 자신이 지닌 문제와 자기의 정체성 등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체득하고 욕망을 동기화하여 세계와의 갈등과 억압된 정서를 환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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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 시기에 북한에서는 서정시 못지않게 서사시가 많이 창작되었고, 서사시의 문학사적 위상 또한 높다. 과거의 역사적 순간과 결부된 형식인 서사시 장르가 오늘날 북한사회에서는 왜 부활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북한 서사시 작품과 북한 사회구조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아야 한다. 이에, 필자는 주체사상 시기 북한의 서사시 가운데 ‘사회주의건설주제작품’을 대상으로 하여, 이들 서사시가 북한의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밝혀보았다. 그 결과 주체사상 시기에 창작된 북한의 ‘사회주의건설주제’ 서사시의 특징으로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도출하였다. 첫째, 존재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현재의 재구성을 통하여 북한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배경화하는 것이다. 둘째, ‘김일성 수령’이 세계를 지배하는 신성(神性) 즉 선의 역할을 떠맡고 있다. 위대한 수령과 위대한 당이 있어 조국은 위대하다는 것이며, 이를 증명해주는 구체적인 예시가 북한 ‘사회주의건설주제’의 서사시이다. 셋째, 모순과 갈등을 넘어서서 가치를 성취하는 결말구조를 보인다. 북한사회는 스스로가 완결된 사회임을 기정 사실화하고, 그 사회의 내적 산물인 모순과 갈등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넷째, 서사적 주체가 현실의 재구성을 통하여 객관적인 삶을 지배하려는 주관적인 행위를 보이는데, 이는 총체성이 결여된 서사시 형식의 특징적 요소이다.

상호매체성 수용 양상을 통해 본 소설의 변화 -김경욱 소설을 중심으로-

김미정 ( Kim Mi-jeo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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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매체의 발달에 따라 문학은 매체에 대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거나 매체에 대한 인식을 모티프로 활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비문자 매체의 특성을 도입하여 서사문법의 변모까지도 보여줌으로써 다매체 시대의 뚜렷한 표징을 나타내고 있다. 영상매체에 민감하게 반응한 신세대 작가 김경욱은 영화세계를 재현하거나 영화 속 캐릭터나 영화배우들의 이미지를 모방하는 방식 등으로 소설에 영화를 접목시킨다. 또한 컴퓨터, 텔레비전 등 다양한 매체와의 접속에서 얻어진 작가의 추억과 상상력은 많은 작품에 폭넓게 편재되어 현실의 서사를 엮어내는 소설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그다드카페에는 커피가 없다』, 『베티를 만나러 가다』,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장국영이 죽었다고?』 등 김경욱의 소설은 영상 텍스트를 위시로 한 문화텍스트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될 뿐만 아니라 소설의 서사가 내적 필연성의 관계로 서술된 고전적인 플롯론을 거부하는 또 다른 형태의 열린 텍스트의 개념을 실현하고 있다. 매체의 시대인 현대에는 우리가 실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바로 보드리야르가 ‘시뮬라크르(simulacre)’라고 하였던 비현실로부터 나오고 오히려 실제 대상이 가장된 이미지를 따르게 되는 ‘파생실재’가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소설이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의 서사를 넘나들면서 그 수법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소설의 선형적, 완성의 성격을 뒤흔드는 비선형적 구성은 현재와 과거,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구분이 모호한 상태로 나타난다. 들뢰즈가 영화에서 본 ‘시간-이미지(image-du temps)’가 소설에서 재생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디어가 인간의 확장(The Extensions of Man)’이라는 맥루한의 주장에 근거를 제공하는 영화, 컴퓨터, TV드라마 등의 비문자 매체가 소설에서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매체와 소설이 서로의 거울로서 나타나는 상호교차적 장임을 확인하는 한 방법이다. 또한 미디어와 교섭을 통해 그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새로운 생명력을 가진 메타 텍스트로서 탈바꿈하는 소설의 변화를 감지하고 나아가 ‘미디어와 소통하는 인간의 지각’과 그 표출 양상을 논의함으로써 소설과 미디어의 상호매체적 인식을 확장하고 그 해석의 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김수영 시에 나타난 반복의 상반된 의미

김종훈 ( Kim Jong-h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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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살펴 본 이상과 김수영의 시는 특정한 요소가 반복되며 리듬을 형성하는 시이다. 이들 시의 반복은 메시지에 수렴되지 않고 언어 자체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 이들은 모두 단순한 형태와 모호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두 시인의 개성과 시대는 거기에 상반된 의미를 새겨 넣었다. 이상은 시에 과학적 세계의 필연성과 보편성을 제시하여 당대 조선이 처한 낙후된 상황에 자극을 주려 했다. 「오감도」연작 앞부분의 시들, 「절벽」 등에 나타나는 구절의 반복은 현실의 조건을 누락시키며 완결된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자의 탄식도 거기에는 배어 있었다. 논리와 필연으로 구성된 세계를 제시하고자 했으나 그로 인한 열패감을 가장 많이 맛본 이가 이상 자신이었던 것이다. 김수영 시의 반복은, 초기 시의 개성을 계승한 이상 시의 반복과는 달리, 후기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출현한다. 「눈」, 「절망」, 「꽃잎 2」, 「풀」 등은 단순한 형태를 띠고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시간과 공간의 존재를 환기한다. 마치 우연의 개입을 가시화하기 위하여 그러는 것처럼 시어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시들은 같은 시기 김수영이 창작한 일상에 밀착한 시들과 긴장한다. 그가 신뢰하는 우연은 일상을 토대로 발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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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는 ‘현모양처’ 개념을 견고화하고 여성의 종속을 더욱 강화하여 가부장적 질서를 유지한 시기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손창섭의 신문연재소설인 『부부』(1962), 『인간교실』(1963), 『이성연구』(1965)를 대상으로 작가가 당대 가부장제의 위선을 폭로하고 허상으로서의 ‘스위트 홈’을 비판하고 있음을 분석하였다. 더 나아가 작가가 가장의 권위를 갖지 못한 남편들을 통해 가부장제를 균열시키는 담론을 구성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손창섭은 당대 가부장제를 ‘외도’가 ‘기부’라는 선행으로 위장되고, ‘폭력’을 합법화하는 사회사업의 이중성을 통해 설명한다. 가부장제는 가족(아내)에 대한 폭력을 동반하고 있으나 경제적 주체자인 가장은 개인의 성공과 국가의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가부장제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헤게모니적 남성성’이 부재한 남성들을 중심 화자로 내세워 표리가 다른 가부장들의 위선을 들추기도 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통념화된 부부 관계와 도리를 따르지 않게 함으로써 가부장제를 균열시킨다. 부부가 성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담론화하기 어려운 남성의 성적 판타지와 가장의 무책임한 측면까지 언급한다. 그럼으로써 기존의 부부 관계를 재구성하는 측면을 보여준다. 또한 손창섭은 아내에게 요구하는 양처의 조건이 주부나 가족의 행복과 연결되기보다는 남편에 종속되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스위트 홈’의 표상으로서 문화주택은 남편의 외도를 수용하면서 가사에 몰두하는 주부의 위치를 반영하는 장소로 나타나는 것이다. 작가는 1960년대 경제 부흥기에 저임금 산업 역군으로서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안락한 가정을 꾸리는 내조자의 역할에서 벗어난 아내들을 무조건 비판적인 시선에서만 그리지 않고, 부부의 상황에 맞는 아내의 역할을 부각시킴으로써 양처상의 다변화를 추구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양처상에서 벗어난 여성들을 나락으로 빠뜨리거나 계도하는 서사를 구성하지 않는 점도 주목된다. 물론, 손창섭이 이러한 비판을 하는 과정에서 대안을 뚜렷하게 제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에 대한 헌신’ 등 가부장제에 권위를 부여하는 ‘헤게모니적 남성성’ 을 비판하고 사회의 모순과 위선을 들춰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또한 가부장적인 부부 관계를 해체하고 양처의 의미를 다변화하는 면모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족 창세신화, 천궁대전의 서술원리와 구조

이정훈 ( Lee Jeong-h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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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대전에 관한 연구는 번역본이 소개된 이후로 다양한 각도로 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천궁대전의 서사 흐름에 관한 세부적 논의는 다양하게 이루어지 않았다. 이 글은 천궁대전에 관한 기존의 논의를 이어받아 더욱 정밀한 작품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전체 9모링의 이야기는 세 개의 서사단락으로 나뉜다. 특히 천궁대전에서는 자연과 의지적 요소의 이항 대립이 창조의 원리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자연적 요소란 물거품에서 나온 하늘·땅·별의 자매여신을 의미하고, 의지적 요소는 악마 예루리의 활약이다. 다시 말해 세 여신은 우주만물의 생태적 조건을 의미하고 예루리는 개입과 교정의 기능을 담당했던 오친여신의 남성적 변신으로, 의지적 신격이다. 천궁대전에서는 아홉머리와 여덟 팔을 지닌 천하무적 예루리의 도전과 세 여신측의 맞대응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이후 최후의 격전이 끝난 뒤에, 우주의 모신이 된 아부카허허가 샤먼을 양육한다. 그런데 샤먼의 자질에 예루리의 권능이 포함되어있다는 사실이 특이하다. 또, 천궁의 대전을 거치면서 아부카허허는 독립적이며 주도적으로 변모한다. 싸움의 전략에서도 두 집단은 차이를 보인다. 자연적 조건을 상징하는 세 여신은 세력을 분산하며 협력하여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이지만, 예루리는 권력을 한 곳에 집중하여 동종교배의 형식으로 힘의 과잉을 초래한다. 하지만 천궁대전은 자연과 의지, 결핍과 과잉 에너지를 모두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주생성의 4요소인 자연과 의지적 요소는 서로 대립하면서 만물을 생성하고 있다. 대결을 통해서 세 여신이 지니고 있는 결핍은 충족되고, 예루리의 과도한 에너지는 깍인다. 최종적으로 아부카허허와 예루리의 일대일 격전이 종결된 후에는 지모신의 속성을 지닌 아부카언두리가 출현하여 문명을 발전시키며 샤먼이 하늘과 땅을 중재하게 된다. 불의 사용, 역사시대, 형제신들의 각축은 천궁의 큰 싸움이 종결된 이후의 일이다. 천궁대전은 만족의 ‘가제家祭’가 지니고 있는 조화롭고 밝은 분위기의 창세신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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