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라캉의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라는 개념을 통해 위화의 『제7일』에서 등장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형상과 그들의 자리 그리고 사후세계의 의미망 등을 고찰하고, 이를 통해 작가가 지니고 있는 궁극적인 욕망의 방향성 및 중국 사회를 살펴보는 그의 시선 등을 고찰한 글이다.
『제7일』에서 양페이의 아버지 양진뱌오는 아들의 대타자이면서 아들이 더 큰 대타자와 직면할 수 있도록 하는 어머니이기도 하다. 양페이에게 또 다른 대타자는 아내 리칭이였다. 그래서 그의 온전한 대타자였던 리칭의 자살 소식은 양페이가 죽음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 계기가 되기도 한다. 양페이에게 아내 리칭이 이승에서의 팔루스였다면, 양모 리웨전은 사후세계의 팔루스 즉 대타자라고 할 수 있다.
『제7일』에서 사후세계는 상상계의 이미지나 상징계의 질서와 완전히 분리되지 않으면서도 죽음충동을 삶의 충동으로 바꾸어주는 타자의 영역, 즉 실재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사후세계의 망자들이 하는 가장 중요한 창조적인 행위는 서로의 역사를 ‘듣고’ ‘말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자신의 역사를 완성하고 과거를 구원하고 서로를 용서한다. 나아가 그들의 ‘미래’를 창조해 간다. ‘영원한 안식’을 희망하는 부유하고 권력 있었던 망자들은 미래가 없기에 아무런 희망도 없다. 위화는 ‘영원한 안식을 취할 수 있는 묘지’가 없는 망자들의 삶 속에 중국 사회 미래의 가능성이 담겨 있다고 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