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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Korean Language and Culture


  • - 주제 : 어문학분야 > 언어학
  • - 성격 : 학술지
  • - 간기: 연3회
  • - 국내 등재 : KCI 등재
  • - 해외 등재 : -
  • - ISSN : 1598-1576
  • - 간행물명 변경 사항 : 한양어문(~2001) → 한국언어문화(2001~)
논문제목
수록 범위 : 73권 0호 (2020)

팬데믹 이후의 인문학과 ‘전경인(全耕人)’

차성환 ( Cha Shung Hwan )
한국언어문화학회|한국언어문화  73권 0호, 2020 pp. 5-35 ( 총 31 pages)
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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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시대의 인문학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숙고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현대 문명의 무자비한 자연 착취와 미국식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가 코로나19의 팬데믹 사태를 부추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생인문학’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 가고 있다. ‘기생인문학’은 체제에 대한 비판정신을 상실한 채 자본주의의 소비방식에 기대어 스스로를 상품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인문학을 의미한다. 비판정신과 저항적 운동성을 상실한 채 체제에 기생하는 인문학에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좋은 삶’에 대한 성찰, 곧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보편적 ‘행복’에 대한 성찰은 인문학의 영역이다. 김현은 문학이 ‘행복’에 대해 사유해야 한다고 하며 이를 “불가능성에 대한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바디우는 “행복은 언제나 불가능한 것의 향유”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건’에 대한 ‘충실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건’이 우리에게 제안하고 우리가 ‘사건’에 대한 ‘충실성’을 고수할 때 그 사건의 가능성은 세계에 기입되는 ‘진리의 절차’가 이루어지고 비로소 ‘주체’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신동엽에게 4.19혁명은 ‘사건’으로서 주어진다. 신동엽은 문학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그 불가능성을 실현시키려 했던 시인이다. 신동엽이 4.19혁명이라는 ‘사건’에 대한 충실성의 증표로, 1960년대 분단의 현실과 정치적 억압, 자본주의의 폐해를 넘어 유토피아적 시공간으로 이끌고 갈 ‘전경인’을 꿈꾸었던 것처럼 ‘사건’은 주체를 진리 안에서 구성한다. ‘전경인’은 곧 인간의 보편적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진리의 절차’ 속에서 발견된 ‘인문학적 주체’로서의 위상을 갖는다. 신동엽의 문학에 나타난 유토피아적 세계에 대한 강렬한 충동은 현실체제를 혁파하고 민중의 ‘좋은 삶’을 회복하고자 하는 ‘불가능성에 대한 싸움’에서 비롯된다. 인문학은 체제에 저항할 수 있는, 그리고 다른 사회 구조를 꿈꾸고 실현시킬 수 있는 학문이어야 한다. 가능성의 영역이 아니라 불가능성의 영역을 사유할 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 주어질 수 있다. 인문학은 온갖 형태의 억압과 자본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 자신의 욕망을 욕망해야 한다. 욕망에 대한 충실성이 지금의 체제에 충격을 가하고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다. 팬데믹 이후 인문학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연구자 스스로의 결단과 의지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선언이어야 하고 대가를 치르더라도 연구자로서 자신의 ‘행복’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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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전후에 나타난 전염병 서사를 유형화하고 이를 비교하고자 한다. 이러한 비교 작업을 통해 팬데믹이 어떤 방식으로 서사에 기입되고 있는가에 대해 고찰할 것이다. 이를 위해 코로나 이전의 재난 서사의 예시로 정유정의 ≪28≫과 편혜영의 ≪재와 빨강≫을 분석하고, 여기에서 나타나는 전염병의 위상에 대해 분석하였다. 두 소설에서 전염병은 현실에 내재한 모순과 적대를 드러내는 계기이자 사회에 내재한 불안을 형상화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이후의 소설 가운데에서는 ≪쓰지 않을 이야기≫와 ≪팬데믹≫을 분석하였다. 두 소설에서도 전염병은 마찬가지로 장치로 활용되지만, 단순히 소설적 장치로써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이미 일어난 사건으로 사유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쓰지 않을 이야기≫에서는 이로 인해 이전과 동일한 서사 양식이 다르게 독해될 가능성이 엿보이며, ≪팬데믹≫에서는 이전과 동일한 서사 양식이 현실의 변화로 인해 상상력의 곤궁을 엿보게 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이런 점에서 살펴볼 때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이후 발생한 변화는 첫째로 소설을 바라보는 독자의 시점에 있으며, 둘째로 변화한 현실을 인정할 때 나타나는 소설적 상상력의 곤궁이라고 할 수 있다.

복합 양식 텍스트의 응집성에 관한 연구

길호현 ( Kil Ho Hyun )
한국언어문화학회|한국언어문화  73권 0호, 2020 pp. 59-88 ( 총 30 pages)
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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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복합 양식 텍스트의 분석적 이해를 위해 언어와 시각 양식이 형성하는 의미 관계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언어와 시각 양식은 표상체와 대상체, 해석체의 관점에서 다층적으로 결합된다. 또한, 언어와 시각 양식은 그 결합의 관계에 따라 여섯 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각 단계별로 언어와 시각 양식의 기능이 변화한다. 또한 복합 양식 텍스트에서 언어와 시각 양식은 전경과 배경 설정, 정박과 역정박, 은유와 환유, 인과성과 시간성 등의 관계를 통해 의미적 응집성을 이루고 있다. 이 연구는 언어와 시각 양식의 의미적 응집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완서의 단편소설에 나타난 음식의 문학적 재현과 의미

김미영 ( Kim Mi Young )
한국언어문화학회|한국언어문화  73권 0호, 2020 pp. 89-124 ( 총 36 pages)
7,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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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박완서의 단편소설에 나타난 음식의 문학적 재현을 통해 여성의 삶을 탐색하는 동시에 그의 글쓰기 특성인 일상성의 구현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주목한 것이다. 그의 음식에 대한 관심, 예찬, 사랑은 소설뿐만 아니라 산문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솔잎에 깃든 정취>, <신원伸冤의 문학-박경리 선생 추모>, <식사의 기쁨>에 나타난 음식에 대한 미적 향유와 생존의 차원을 넘어서는 ‘밥’의 숭고한 의미는 소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본다. 70년대의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환경은 새로운 중산층을 형성하였다. 박완서는 중산층들의 표층과 이면, 즉 중산층이 지닌 세속적 욕망과 이중성, 속물화 등을 음식을 통해 구현하였다. 대체로 여성인물들이 비판적 시선을 가지고 남성들의 세속성과 이중성을 폭로하고 있다. 그러나 비판의 시선이 여성 자신에게로 향할 경우 이중적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일탈을 보이지만 성공하지는 못한다. 8, 90년대에 이르면 분단의 고착화에서 비롯된 향수를 드러내는 서사와 노년들의 삶에 주목하는 것이 눈에 띈다. 이러한 서사에서 음식은 향수에 시달리는 노년기의 실향민에게 애틋함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되고, 쓸쓸하거나 노인성 질환에 시달리는 노년의 삶에 위안과 치유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단편소설에 나타난 음식의 문학적 재현 양상은 크게 4가지의 의미로 수렴된다. 작품마다 중복되는 양상도 있으나 강조되는 것을 중심으로 보면 중산층의 이면, 분단체험과 향수, 생명의 존중, 치유와 위안의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중산층의 이면을 드러낸 작품은 <지렁이 울음소리>, <집 보기는 그렇게 끝났다>, <도둑맞은 가난> 등을 들 수 있다. 앞의 두 작품은 주로 여성화자의 비판적 시선에 사로잡힌 남성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중산층 여성들의 내면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분단체험과 향수를 드러낸 작품은 <저녁의 해후>를 주목할 수 있으며, 생명의 존중은 <해산바가지>에서 잘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치유와 위안은 <겨울 나들이>, <환각의 나비>, <대범한 밥상>에 나타난 음식을 통해서이다. 박완서는 음식의 문학적 재현이라는 서사 전략을 발휘하여 일상생활에 대한 탁월한 묘사력과 함께 여성 의식을 의미 있게 표현하였다. 이를 통하여 세태소설의 성공적인 형상화는 평범한 일상성에 내포된 담백한 모습과 상징적 의미를 간과하지 않는 글쓰기에서 비롯됨을 보여주고 있다.

초등학생의 일기 텍스트에 나타난 결속 표지에 대한 종적 연구

김정선 ( Kim Jung Sun )
한국언어문화학회|한국언어문화  73권 0호, 2020 pp. 125-152 ( 총 28 pages)
6,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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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초등학생의 일기 텍스트에 나타난 결속 표지의 발달 양상을 종적으로 분석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일기 텍스트에 나타난 결속 표지를 ‘접속 표현, 연결 어미, 지시 표현’으로 구분하여 형태와 의미(기능) 발달 양상을 살펴보았다. 접속 표현의 형태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대부분 출현하였고, 의미는 ‘이유, 순서’가 초등학교 전 학년에서 출현 빈도가 높았다. 연결 어미의 형태는 ‘-고, -어서, -는데, -면, -지만’이 일정한 출현 빈도를 보였으며, 의미는 ‘이유’가 전 학년에서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다. 지시 표현의 형태는 ‘그’ 계열이 70% 이상이었으며, 선행 문맥 참조 기능이 압도적으로 출현 빈도가 높았다. 결속 표지 중 연결 어미의 사용 빈도가 접속 표현, 지시 표현에 비해 높았으며,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증가 양상도 두드러졌다.

기원과 이식 -근대초극론에 대한 대항으로의 ‘이식’ 개념을 중심으로-

김학중 ( Kim Hak Joong )
한국언어문화학회|한국언어문화  73권 0호, 2020 pp. 153-185 ( 총 33 pages)
7,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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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임화의 <신문학사>에 나타난 ‘이식’에 대한 임화의 사유를 은유적 사고를 중심으로 살펴보려는 시도이다. 은유적 사고를 통해 임화의 ‘이식’ 개념을 살펴보면 기존에 ‘이식’ 개념을 바라보던 지평과는 다른 차원에서 ‘이식’을 조망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임화의 ‘이식’이 일본의 <근대초극론>에 대한 대항으로 역사의 가능성을 문학사를 통해서나마 지켜내려 했던 시도였음을 알 수 있다. 임화는 우리 근대문학사에서 누구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했다. 그는 시인이자 비평가이자 문학사가이며 영화배우였다. 동시에 그러한 지평들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지평들을 가로지르고자 하는 상상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 상상력은 혁명이었다. 혁명에 대한 상상력은 임화가 역사를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일제에 의한 카프 해산, 폐병으로 인한 건강 악화 등 악재 속에서도 임화는 ≪현해탄≫ (1938)을 펴냈고 학예사를 통해 비평적 작업을 수행했다. 특히 일제가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태평양전쟁으로 전쟁을 확대해 나가던 시기에도 <신문학사>에 대한 작업을 수행하며 역사의 가능성을 사유하려고 하였다. 역설적으로 <신문학사>는 ‘이식’이란 개념을 기반으로 문학사 방법론을 산출하려 시도하는데 이런 이유로 일제의 파시즘의 사상적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이해될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임화는 ‘이식’을 통해서 일제의 파시즘이 은폐하고자 하는 지점을 오히려 밝히면서 일본이 내세운 ‘대동아공영’나 ‘오족협화’ 같은 제국주의 영광의 슬로건들에 맞섰다. 물론 임화의 ‘이식’ 개념은 외관상 일제의 담론에 반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작업은 은밀성을 지닌다. 이 은밀함에 기반하여 임화는 ‘이식’의 은유적 사고를 전진시킨다. 그 결과 그가 문학사를 겨냥하여 전개한 논의는 <근대초극론>에 대한 대항으로서 작동할 지점을 확보하게 된다. <근대초극론>은 태평양전쟁을 전후로 일본에서 논의된 것으로 일본의 군국주의에 이론적 기틀을 마련해준 사상이다. 이 논의의 주체는 일본의 군대, 교토 학파 및 일본 낭만파 등으로 다양했다. 철학과 문학은 물론이고 정치 및 군대에도 영향을 미쳤고 당대 일본의 젊은 지식인들에게도 큰 각광을 받았다. 이들의 논의에 따르면 근대는 이미 쇠퇴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자본주의는 대공황과 같은 문제에 대응하지 못하고 러시아 혁명을 추동한 마르크스주의도 문제를 보이고 있다. 소련은 인터네셔널의 가치를 지키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제 소련을 중심으로 마르크스주의 운동을 재편하려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반발로 서구는 나치즘과 파시즘으로 기울어 가는 모양세다. 이런 점들을 비판하며 일본의 지식인들은 다가올 세계전쟁, 즉 동양과 서양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근대를 초극할 필요성을 논한다. 그들의 결론은 일본의 천황을 중심으로 하여 서구적 근대를 넘어선 새로운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이다. 여기서 천황은 고오야마 이와오에 의하면 일본은 세계사의 주도적 역할을 떠맡게 되는데, 그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가 천황이라 주장한다. 야스다의 일본 낭만파는 일본의 미, 즉 비어있음의 아름다움이란 일본적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자리가 천황의 자리라고 말한다. <근대초극론>은 결국 천황이란 텅 빈 기표를 대타자의 지평에 놓는 것을 통해 헤겔이 말한 ‘역사의 종말’을 수행한 것이었다. 서구의 근대가 지닌 한계를 넘어서려는 긍정적 시도는 결국 역사의 가능성을 은폐하고 천황이라는 ‘통치의 주관적 명령’을 국가라는 차원으로 대신하여 표명해줄 텅 빈 기표에 <세계사>를 맡겨 버리려고 했던 것이다. 이것이 <근대초극론>이 추구한 기원화이다. 텅 빈 기표인 천황이 근대 이전의 일본의 미적 토대였으며 근대를 넘어설 초극의 기원이라고 그들은 믿었던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임화는 역사의 가능성을 문학사를 경유해 우리 앞에 도래시키려고 했다. 그 지평에 놓인 것이 <신문학사> 작업인 것이다. 임화의 <신문학사>는 일반적으로 고전문학과 근대문학으로 문학사를 구분하는 것 대신 구문학사와 신문학사로 나눈다. 기존의 문학사 기술의 일반적 구분법과는 다른 ‘단절’을 기입하는 작업은 ‘이식’에 의해 이뤄진다. 여기서 임화는 ‘이식’과 ‘번역’ 그리고 ‘수입’ 등을 엄격하게 구분하여 쓰고 있다. ‘번역’과 ‘수입’은 자기화가 수반되지 않는다. 반대로 ‘이식’은 우리가 자기화와 관련될 때 사용한다. 임화는 이를 통해 신문학의 특성을 밝히려고 했다. 임화는 ‘이식’을 통해 신문학이 성립되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임화는 ‘이식’을 통해 자기화되면서 자기화되지 않는 잔여까지를 모두 ‘이식’의 개념 안으로 통합하려 하였다. ‘이식’은 바로 이 자리에 주체의 신체를 환기한다. 신체야말로 외부적인 타자와 주체의 자기화가 지속적으로 마주하고 길항하며 자기를 성장시키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임화는 이를 ‘이식’ 개념을 통해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자기화의 주체인 신체는 외부라는 사태 전체를 ‘이식’하지 못한다. 모든 ‘이식’은 부분적이다. 때문에 주체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외부의 타자라할지라도 외부성 그 자체를 ‘이식’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외부성을 환기하는 ‘이식’은 역설적으로 주체의 자리를 비추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근대초극론>이 텅 빈 기표인 대타자인 천황으로 역사의 주체를 대체하려고 했던 시도와는 상반된다. 이것은 문학사를 추동하는 주체의 차원을 환기한다. 주체의 차원을 보존하는 ‘이식’의 개념은 또한 외부성으로 인해 파편화된 역사의 차원을 현재화한다. 이러한 역사는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요소가 서로 길항하며 단절되었다가 나타나는 것이다. 역사적 기술의 현재화의 가능성은 이러한 단절의 연속을 통해 열린다. 문학사는 바로 이러한 역사의 특성을 잇는 특수한 역사이다. <신문학사>에서 ‘이식’이 여는 차원의 특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사는 포착불가능하며 결코 우리의 손안에 주어지지 않는 통제 불가능한 가능성을 내포한 것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임화는 특히 ≪신문학사의 방법론≫에서 이 가능성의 지평을 <전통> 항목에 기입해 두었다. 여기서 임화가 ‘이식’을 통해 환기하는 지평은 물론 파편화이다. 역사는 역사를 일관된 형식에 대항하여 전통을 파괴하면서 동시에 파편화된 전통을 현재화한다. 문학은 이 파편화의 힘으로 역사를 끌어안는다. 임화가 연 이러한 역사성은 역사를 텅 빈 미의 기표로 대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불가능하게 한다. 어떠한 기원화의 시도도 여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다. 이것이 임화가 ‘이식’의 은유적 사고를 통해 추동 해낸 작업이다. 임화의 ‘이식’은 그 개념이 지닌 기표적 특성이 환기하는 것과 달리 역사의 가능성을 탐침하고자 시도한 작업이었다. 그것은 역사의 가능성은 물론이고 임화가 늘 고심했던 혁명적 가능성을 예비할 수 있는 차원을 열어낼 토대였다. 혁명은 결국 역사가 지닌 힘, 즉 파편화의 가능성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임화의 <신문학사>는 일본의 파시즘과 <근대초극론>이 역사의 가능성을 은폐하고 자기화하려던 것에 은밀한 대항을 하였다. 근대초극의 시도를 파편화하는 ‘이식’의 도입으로 파시즘이 은폐하려던 역사의 차원을 우리 앞에 나타나게 한 작업이 <신문학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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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내에서 이루어지는 한국어 교육의 한 단면을 고찰하기 위하여 터키어에서 가장 넓은 의미 범주를 보이고 있는 ‘-abil’에 상응하는 한국어의 일대다 대응 문형들의 학습자 습득 양상을 조사하였다. 이를 위해 이스탄불 대학교 한국어문학과 첫 입학생들의 1학년과 2학년 총 이 년간에 걸친 작문 과제, 시험 작문 자료를 통하여 ‘-을 수 있다’, ‘-을 수도 있다’, ‘-어도 되다’, ‘-으면 되다’, ‘-을 줄 알다’의 활용과 오류 양상을 양적, 질적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을 수 있다’를 중심으로 ‘-을 수도 있다’와의 대치 오류와 더불어 ‘-을 수 있다’의 탈락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이를 통해 학습자들은 개인의 의견을 표현함에 있어서 모어 화자들보다 더 단정적인 양태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표 문형인 ‘-을 수 있다’를 중심으로 학습자 개인별, 학기별 오류 양상을 정리하고 유사 문형들의 효과적인 학습 제시시기에 대하여 논하였다.

동아시아 문학에서 타자의 재현과 타자성의 구현

이도흠 ( Lee Do Heum )
한국언어문화학회|한국언어문화  73권 0호, 2020 pp. 219-239 ( 총 21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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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한국, 중국, 일본 문학에서 타자로서 일본인과 한국인, 중국인을 재현한 양상과 타자성(alterity)를 도모한 것에 대해 박경리의 ≪토지≫, 모옌(莫言)의 ≪홍까오량가족≫, 오에 겐자부로의 ≪만엔 원년의 풋볼≫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박경리가 ≪토지≫에 설정한 동일성은 ‘생명’이고 타자는 ‘반생명’이다. 작가는 생명성을 추구하는 한국문화를 예찬하고 반생명의 폭력을 추구하는 일본문화를 비판한다. 작품은 반생명의 근원인 인간의 폭력성, 죽임의 문화, 전쟁과 학살을 추구하는 권력과 집단에 맞서서, 조선인이든 일본인이든, 생명을 살리려는 이들의 숭고하고 장엄한 서사를 펼치고, 대신 이를 방해하는 조선인과 일본인을 타자화한다. 모옌의 ≪홍까오량가족≫에서 원초적 생명성과 대륙적 영웅성을 결합한 것이 동일성이고 타자는 이런 생명성과 영웅성을 말살하는 일본인과 이를 상실한 소시민으로서 중국인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주인공과 인물들의 무지하고 폭력적인 행위는 원초적 생명성을 지닌 대륙적인 영웅의 기개로 미화하며, ‘붉은 수수’의 은유로 비유한다. 반면에, 작가는 근대적 도시인들을 이를 상실한 소시민으로 묘사하고, ‘잡종 수수’의 은유로 비유하며, ‘종(種)의 퇴화’로 규정한다. 오에 겐자부로의 ≪만엔 원년의 풋볼≫에서 동일성은 일본, 골짜기, 전통문화, 고귀함, 공동체이다. 타자는 조선, 도시, 소비문화, 천박함, 개인주의 사회다. 주인공인 다카시는 이 타자화를 통하여 슈퍼마켓 천황과 조선인을 약탈하고 강간해도 좋은 대상으로 간주한다. 그가 자살하는 것도 죄책감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서 실존을 완성하려는 것이다. 세 작가 모두에게서 아쉬운 점은 동일성을 해체하는 대대(待對)의 차이와 타자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앞으로 동아시아 문학에서 크게 네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현실을 재현한다. 둘째, 동일성을 해체하는 대대(待對)의 차이를 획득한다. 셋째, 서발턴과 호모 사케르의 입장에서 타자성을 획득하고 결을 거슬리는 읽기와 쓰기를 한다. 넷째, 호모 사케르가 스스로 눈부처-주체가 되어 목소리를 내고 저항한다.

김기림의 공동체 사랑을 향한 여정 -아들러의 사랑론의 수용과 관련하여-

이미순 ( Lee Mi Soon )
한국언어문화학회|한국언어문화  73권 0호, 2020 pp. 241-266 ( 총 26 pages)
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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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림은 1930년대 초기에 문학에서 사랑을 거론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였지만, 실제로는 해방 이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사랑시를 쓰고 사랑론을 모색하여왔다. 1930년대 전반기에 김기림은 현대 문명으로 인해 낭만적 사랑이 위기에 처한 현실을 사랑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193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그는 현재의 결혼제도를 인정하면서, 생활에서 가능한 사랑을 탐색하였다. 해방 후에 김기림은 아들러의 영향을 받아 공동체 감정을 향한 사랑, 남녀 평등에 기초한 사랑, 생활에서 발현되는 사랑 등으로 요약될 수 있는 사랑론을 제시하였다. 김기림의 사랑론은 낭만적 사랑 담론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랑 담론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는 점,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였다는 점, 생활에 기초한 공동체 의식을 제시하였다는 점, 민주적인 문화 형성에 기여하였다는 점 등의 의의가 있다.

1457년 김시습의 행적(行迹)과 심경(心境)

이승수 ( Lee Seung Su ) , 황인건 ( Hwang In Geon ) , 김미애 ( Kim Mi Ae ) , 민선홍 ( Min Seon Hong )
한국언어문화학회|한국언어문화  73권 0호, 2020 pp. 267-300 ( 총 34 pages)
7,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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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遊關西錄> 소재 145제 165수의 시를 텍스트 삼아, 1457년 23살 김시습의 행적과 심경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김시습의 관서 유람 시기는 1458년으로 오인된 사례가 적지 않은데, <유관서록>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고려하면 1457년으로 확정할 수 있다. 유람 여정은 이른 봄 洛河를 건너 송도와 평양 두 고도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묘향산에 들어가 여름을 나고, 가을 초엽 묘향산을 나서는 것으로 이어졌다. <유관서록>은 이러한 시공간의 흐름에 따라 편집되어 있으며, 각 구간에 따라 심리와 미의식의 변화를 드러낸다. 멸망한 전대 왕조의 수도인 송도에서는 폐허에서의 허무를 체감했다. 신화적이며 낭만적인 도시 평양에서는 문명의 영화에 취했다. 묘향산에 들어가서는 하계를 내려다보며 흉금을 크게 틔우고, 그렇지 않을 때는 禪房에서 三昧에 들어 三生의 業緣을 끊어냈다. 이렇게 정돈된 마음으로 묘향산을 나선 뒤에는 승려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유자들과 교유하면서, 한 지점에 머물지 않는 삶의 방식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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