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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의 목적은 식민지 타이완에서 생산된 소설 텍스트를 대상으로 타이완 청년들이 다양한 위치에서 고향과 그에 의해 규정된 자신을 발견하고,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발전이나 전쟁 등에 의해 인종, 성, 계급의 경계가 유동적으로 변하는 근대적인 세계 안에서 자신을 위치 짓고자 하는 과정을 살펴보는 데 있다.
1920년대 타이완 일본어소설과 함께 탄생한 타이완의 근대적 지식인은 제국 수도에서 수용한 서양의 보편성이나 문명화 담론을 통해서 고향의 특수한 문제를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도쿄가 상징하고 있던 보편성이나 문명화도, 그것을 통해 타이완의 봉건 사회를 ‘개조’하려는 그들의 계몽적인 이념도 추상적인 개념에 머물렀다. 1930년대 타이완청년들은 도쿄의 국제문화와 프롤레타리아운동을 체험하고 물질의 유동과 계급적 연대에 의해 민족이나 인종의 경계를 초월하는 세계 안에서 고향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이후 전쟁기에 접어들면, 일본에서 돌아온 타이완 청년이 자신이 유학했던 도쿄에 향수를 느끼거나 고향타이완에서 ‘일본’이 자리 잡게 되는 등, 고향의 개념은 더욱 복수화되어 간다. 그와 동시에 일본과 중국 사이에 놓인 타이완 지식인은 식민지 모국이나 조국에서 안주할 수 있는 고향을 희구하지만, 타이완인이라는 태생 때문에 그 어느 쪽에서도 거부된 채, 양국의 군사적 충돌의 현장으로 내몰리게 된다.
타이완 지식인은 일본의 ‘근대’ 담론에 의해 제시된 다양한 보편적 가치와의 관련 속에서 타이완을 위치 지으려 했다. 식민지 모국과 조국, 그리고 고향이 길항하는 가운데 안주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나서는 다양한 여행을 통해서 식민지 타이완의 청년들은 고향 타이완이나 그 곳에서 나서 자란 자신이 제국과 식민지의 확고한 위계관계에 속박된채, 근대적인 국민국가의 결속과 귀속으로부터 배제되면서 그 부(負)의 부분을 짊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