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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식민지 조선의 일본인 교사가 산출한 문학을 통해 ‘교육’이라는 인간의 영위가 근원적으로 지니는 존재론적인 입장과, 1940년대 전반기 식민주의가 기획했던 작위적인 ‘국민화’가 가장 첨예하게 마주 대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그것이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검토한 것이다. 우선 재조(在朝)일본인 교사의 문학이 문단에 등장하게 된 문학사적 배경을 반도 ‘국어’(일본어) 문단의 형성과정과 조응해서 살피고, 개별 작품 속에 나타난 ‘교육자상’의 형상을 분석해가는 순서로 논의를 진행했다.
동인지의 활동을 통해 성장한 조선 내 자생적 ‘국어’ 작가들을 포함하여, 조선문인협회, 『國民文學』을 작품 발표의 주 무대로 삼아 등장한 재조일본인 문학자 중에는 직업이 식민지 교사인 작가들이 소수지만 존재했고, 이들은 자신의 교사생활과 경험을 토대로 작품 속에서 주로 일본인 교사와 조선인 학생, 또는 동료 조선인 교사와의 교류를 그려냈다. 본고에서 논의하게 될 오비 쥬조(小尾十三), 미야자키 세이타로(宮崎淸太郎), 구보타 유키오(久保田進男) 등이 이 범주에 속하는 작가군인데, 이들이 산출한 문학의 양상과 의미를 검토해보면 크게 두 가지 사실을 도출해낼 수 있다.
우선 이들이 추구하고 형상한 이상적인 ‘외지’의 교육자상=자기상은 ‘선험’적으로 선취, 견지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언제나 조선인(학생, 교사)에 대한 대타의식을 통해 사후적으로 조형되어 가는 것이며, 그들은 조선인에 ‘이끌려서’ 외지의 ‘교사’로 거듭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선인을 통해 반추되는 ‘모범’ 교육자상을 내면화하면서, ‘국어’의 우위를 바탕으로 ‘그들’보다 우위에 서는 ‘교사’로 거듭나는 일은 식민지 조선의 일본인 교사가 경험한 자기성형의 정치학이었다. 다음으로 이들은 식민 본국에서 발신되던 교육 이념과 동시대 ‘국민문학론’의 논의를 수용하면서도, 일견 인간됨의 자람을 돕는 전인교육을 지향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교육자상을 작품 속에서 형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외지’를 무대로, 보편적 인간성을 특수적 국민성에 결부시키면서 종극에는 ‘국가’에 종속시킨 작품을 산출함으로써, 동시대 ‘국민문학론’ 논의가 고심했던 ‘국민문학’의 가장 ‘모범’적인 실례(實例)를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