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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윤재 편의 『문예독본』에 대한 연구이다. 『문예독본』은 조선총독부 간행의 교재에 대한 비판적 의도에서 조선의 역사와 인물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문예독본』에는 동화, 시조, 시, 소설, 기행문, 서간문 등과 사화와 일화, 논문, 설명문 등의 다양한 문종의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문예’ 교재가 아니라 ‘작문’ 교재이다. 이윤재는 다양한 문종의 글들을 수록하면서 각각의 표준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그 기준은 형식만이 아니라 내용까지도 포괄한다. 산만하고 지리한 문장을 간결하고 명징하게 정리하고 추상적인 비유를 삭제하는 등의 노력을 보였으며, 한편으로는 글의 본문과 각주의 형태로 조선의 인물과 지명 등을 설명하여 조선의 정신과 얼을 고취하고자 하였다. 이런 작업은 재래의 한문 문장의 규율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산물로 한글 문체의 정립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문 문체가 국한 혼용체가 되고, 그것이 한글 문체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이윤재는 한글 위주의 간명한 문체를 만들고자 했고, 그런 의도에서 이 독본을 편찬하였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문종을 선별·수록함으로써 문장의 근대적 분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게다가, 이윤재는 조선의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조선총독부의 교과서를 보면서 조선의 역사와 인물을 중심으로 한 교재를 개발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문예독본』을 편찬하였다. 신라의 화랑과 불국사, 후고구려의 궁예, 일군을 크게 물리친 이순신 장군, 행주치마로 유명한 권율 장군 등의 내용을 통해서 조선의 역사와 인물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희생정신, 절개, 국가에 대한 충성 등을 통해 민족을 위한 희생 곧, 선공후사의 정신을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문예독본』은 ‘문예’ 교과서가 아니라 작문의 표준적 문장을 제시하고 동시에 민족의 정신과 얼을 강조한 ‘조선어과 보습’ 교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