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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1970년대 한국의 피카레스크 교양소설의 주요한 두 흐름을 이문열의 『젊은날의 초상』(1981)과 박태순의 『어제 불던 바람』(1979)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1960년대 후반부터 출현한 피카레스크 소설은 이론과 현실, 논리와상황, 한국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이 뒤섞인 가치전환의 혼란기에 출현한 장르이다. 그런데 피카레스크 소설은 1970년대에 이르러서 젊음이 동시대의 모더니티와 연관 맺는 상징적 기호로 취급하는 교양소설의 형식과 내용을 보다 많이 요구하게 된다. 이 논문은 피카레스크와 교양소설, 두장르 간의 간섭, 충돌, 타협 등 장르적 혼효의 결과를 피카레스크 교양소설로 명명하고자 한다. 1970년대 한국의 피카레스크 교양소설은 제3세계 개발독재, 이농현상과 도시집중화, 대중(청년)문화의 형성 등의 물질적·헤게모니적인 정세적 국면 속에서 출현한다.
이 논문은 저개발 모더니티의 조건 속에서 이동성과 내면성을 두루 갖춘 젊음의 두 양상이 소설 속에서 구현되는 바를 플롯의 유형으로 구분했다. 하나는 젊음의 성숙과 안정화를 지향하는 분류의 플롯으로, 이문열의 『젊은날의 초상』이 이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젊음의 미결정성과 불안정성을 강조하는 변형의 플롯으로, 박태순의 『어제 불던 바람』이 이에 해당한다. 두 소설 모두 표면적으로는 끊임없는 변화 속에 놓인 시대현실에 어울리는 젊음의 방황을 피카레스크 형식으로 재현한다.
『젊은날의 초상』은 회상의 형식을 통해 젊음의 치열함만큼이나 유한함을 강조하며, 젊음의 방황의 이야기를 시적인 에피파니로 안정화하는 서사전략을 선택한다. 이에 비해 『어제 불던 바람』은 1950년대부터 지속된 전국토의 고향상실이라는 산문적인 현실인식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두 젊은 남녀의 방황과 각성의 이야기가 안정 없는 열린 결말을 지향하는 서사전략을 구사한다. 이러한 플롯의 차이는 1970년대 피카레스크 교양소설의 상반되는 두 유형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지만 1970년대 한국교양소설은 60년대와 비슷하게 변형의 플롯이 압도적이며, 이것은 이후에 전개되는 교양소설의 플롯에서도 우세한 흐름을 이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