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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구활자본 고소설 『이몽선전(李夢仙傳)』의 성격과 의미를 살펴본 것이다. 『이몽선전』은 아내의 불륜을 의심한 남주인공 ‘이몽선’이 가출한 뒤에, 집안에서 일어난 여러 복잡한 문제를 암행어사 ‘박공(朴公)’이 해결한다는 내용의 고소설이다. 이러한 내용만 놓고 본다면 이 소설을 ‘진가 쟁주형(眞假爭主型) 소설, 송사소설(訟事小說), 암행어사 『박문수전(朴文秀傳)』 계열’의 작품으로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이몽선전』은 전대(前代)에 있던 고소설을 가져다 내용을 차용(借用)/변용(變用)하고, 다시 새로운 내용을 삽입(揷入)해서 만든 소설이란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소설은 전체 구조를 『화산중봉기(華山重逢記)』에서 가져왔고, 작품 중간에 『몽유록(夢遊錄)』과 『박문수전(朴文秀傳)』을 삽입해서 소설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몽선전』은 1910년대 신소설(新小說)이 유행하면서 『단발령(斷髮嶺)』의 저본(底本)이 되었다.
그동안 1910년대에서 1930년대 간행된 구활자본 고소설에 대한 연구는 상당한 양이 축적되었다. 하지만 구활자본 고소설의 제작 방식, 고소설과 신소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연구가 미진한 편이다. 『이몽선전』은 이전에 존재하던 작품을 적절히 차용/변용하면서 한편의 새로운 구활자본 고소설을 만들고, 이것은 다시 신소설로 전환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러한 『이몽선전』의 사례를 통해서, 구활자본 고소설의 의미를 규정하고, 구활자본 고소설의 생산 방식, 전대 작품과 구활자본 고소설로서의 전환 문제, 고소설과 신소설의 관계에 대한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