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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첫날밤 신랑 피살형’ 설화를 계승한 「김씨열행록」의 소설적 변용과 그 의미를 살핀 것이다. 먼저 ‘첫날밤 신랑 피살형’ 설화를 유형화 하고, 「김씨열행록」이 어떠한 유형에 초점을 두어 소설적으로 변용되었는지 살폈다. 이를 바탕으로 소설적 변용과 문학사적 의의를 검토하였다.
‘첫날밤 신랑 피살형’ 설화는 여성인물인 며느리를 중심으로, 순절형·수절형·열부형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 순절형은 며느리의 죽음이, 수절형은 며느리의 생존과 활약이, 열부형은 신랑과 신부의 생존과 활동이 중심을 이룬다. 순절형은 유일한 생존 인물인 시아버지를 중심으로 작화한 「사명당전」에서, 수절형은 생존한 며느리와 그 아들 중심의 작화로 「조생원전」·「성부인전」·「김씨열행록」·「주유옥전」에서, 열부형은 며느리와 남편을 살려 작화한 것으로 신소설 「구의산」에서 의미 있게 계승했다.
「김씨열행록」의 소설적 변용에서 주목되는 곳은 작품의 후반부이다. 이 부분을 통해 이야기에 큰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평면성에서 입체성으로, 몰개성에서 개성으로 인물이 변화하고, 사건에서도 불행과 행복의 단순한 구조에다 같은 구조를 다시 한 번 덧씌움으로써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주제의 경우 효열만을 강조했던 전반부와는 달리 선악의 대립을 통한 권선징악과 유교적인 부귀공명이 부각되도록 했다. 이것은 소설적인 기법이 그만큼 고도화되어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지만, 이질적인 소설의 하위유형을 짜깁기한 결과일 수도 있다.
「김씨열행록」이 간행된 때는 1928년으로, 이때는 같은 설화를 계승한 고전소설 「조생원전」·「성부인전」·「주유옥전」·「사명당전」이 이미 필사되었고, 신소설 「구의산」도 간행된 뒤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가장 늦게 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전소설의 작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것도 인과적인 논리보다는 흥미소를 짜깁기한 방식으로 새롭게 창작하였다. 한편 이 작품은 전반부의 여성영웅소설적인 모습과 후반부의 가정소설·남성영웅소설적인 양상, 그리고 전후반부에 나타나는 송사소설적인 실태가 주목된다. 이는 당시에 인기 있던 고전소설의 유형을 교조적으로 수렴·재편한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