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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상층 가문을 배경으로 하는 국문장편소설의 태생적인 한계와 가문 내부의 여성 공간에서 주로 서사가 전개된다는 공간적 제한 때문에 작품 내외적으로 소외되어 왔던 하층 남성 인물들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복원해 보고, 이 과정에서 그들의 욕망을 함께 읽어내 보고자 한 것이다.
본고에서 대상으로 한 <완월회맹연> 속 하층 남성의 존재는 상층에 구심적인 인물과 상층에 원심적인 인물로 구분할 수 있다. 상층에 구심적인 인물로는 중심 가문의 하인인 운학, 경용과 하리(下吏) 최언선을 들 수 있다. 상층에 원심적인 인물로는 도적 장손탈과 도사 장손활을 들 수 있다.
<완월회맹연> 속 하층 남성의 욕망은 첫째, 독점적 충성심을 통한 신분적 결핍의 보상이다. 중심 가문의 하인인 운학과 경용의 주인 가문에 대한 충성심 이면에는 강한 자부심과 독점욕이 깔려 있으며, 이는 하인 신분의 이들이 신분적 결핍을 가문에 대한 열렬한 충성으로 보상받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덕이라는 가치의 추구와 상층과의 관계 맺기이다. 최언선은 물질이 아닌 덕이라는 개인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으며, 가족과 자식을 위한 선택과 행위 속에서는 내면에 숨어 있던 상층 지향 혹은 정잠 가문 내부로 편입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셋째, ‘귀함’과 ‘세력’에 대한 욕망이다. 천한 존재라는 자각과 소속감의 결핍에 근거한 도적 장손탈의 이러한 욕망은 교한필 일가라는 귀한 가문, 나아가 황실에 대한 반항과 저항으로 대체되고 있다. 넷째, 유가(儒家)가 아닌 다른 세상 꿈꾸기이다. 유도(儒道)를 배척하고 도교를 우위에 둔 장손활의 이러한 욕망은 비록 실패했으나 그 일탈과 유교에 대한 도발이 위협적인 것이었음을 드러내 주고 있다.
다만 이러한 욕망은 구심적 인물들의 경우 상층의 거리두기와 스스로의 한계를 통해, 원심적 인물들의 경우 욕망 자체의 불온성으로 인해 작품 내에서 일정한 금기 작동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