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보기
본고는 홍명희의 대하소설 『임꺽정』의 인기에 내포되어 있는 대중감성을 ‘도적’과 ‘식민지 영웅’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임꺽정』의 인기는 첫째, 이 소설이 여전히 고소설류를 향유하고 있는 전통적 독자층에게 익숙한 강담식, 설화, 전설 등의 모티브 등을 바탕으로 창작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오랫동안 대중이 즐겼던 『홍길동전』의 의적 모티프를 수용하였고, 동시에 임꺽정 화적패를 일제에 맞서는 대항폭력에 대한 알레고리로서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식민지 시기 일체 불법화된 폭력이 곧 독립무장항쟁과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제에 맞선 독립투사, 열사의 영웅적 행위는 당시 조선 내에서는 ‘테러리스트’, ‘국사범’, ‘폭탄범’, ‘음모단’, ‘흉악범’ 등으로 불렸으며 일제 법질서에 의해 단죄되었다.
부친의 자결을 통해 항일의식을 지닐 수밖에 없었던 홍명희는 『임꺽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일제 강점의 부당성을 고발하고 이에 대한 대항폭력으로서의 무혈투쟁의 정당성을 제시하고 있다. 『임꺽정』의 임꺽정과 의형제를 맺은 6형제는 거의 모두 지배층으로부터 핍박받는 하층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백정, 머슴, 관노, 소금장수, 서자 등 봉건적 신분제도에서 소외된 계층에 속하는 이들의 ‘도적질’은 대개 탐관오리와 토호세력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또한 임꺽정의 영웅성은 관군과의 전투에서 가장 생동감있게 그려진다. 『임꺽정』에서 부각되는 ‘도적’의 영웅주의는 일체의 무력을 독점한 일제에 대한 봉기와 반란을 꿈꾸는 대중감성의 한 편린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