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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고전문학작품의 정수로 평가받는 『겐지 이야기』는 성립된 지 1,000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되고, 향유되어 왔다. 그리고 지금 현재도 현대어역은 물론 번안소설, 드라마, 영화, 다카라즈카, 애니메이션, 만화 등 실로 다각적인 미디어로 가공 및 공급되어 대중문화로 유통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겐지 이야기』를 만화화한 『아사키유메미시』는 누적 판매고가 1,700만부에 달하는 등 일본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따라 일본문학 학계에서도 『아사키유메미시』에 관하여 많은 견해들이 제시되었지만, 『아사키유메미시』가 『겐지 이야기』의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만화 기법과 관련한 분석은 아직 없다. 그러나 『아사키유메미시』가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은 『겐지 이야기』의 만화화 즉 그 미디어 변환의 방법이 유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어떠한 만화 기법을 활용하여 고유의 표현세계를 구축했는지 그 방법을 분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고에서는 『겐지 이야기』의 여성들 중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인 로쿠조노미야스도코로(六條御息所)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겐지 이야기』에는 아오이(葵)권까지 로쿠조노미야스도코로에 관한 정보가 전혀 제시되지 않지만, 『아사키유메미시』에서는 선생님 댁에 간 히카루겐지가 그곳에서 훌륭한 글씨를 발견하는 사건을 그려 넣음으로써, 로코조노미야스도코로의 신분을 처음부터 분명히 밝히고, 히카루겐지와의 만남의 계기를 만들었다. 『아사키유메미시』는 ‘현재진행형’ 사건이라는 만화 문법을 활용함으로써, 애매한 표현으로 점철되어 있는 『겐지 이야기』의 작품세계를 구체화한 것이다. 또한 히카루겐지보다 연상이라는 콤플렉스를 강조함으로써 인물을 유형화하고, 아오이노우에(葵の上)와의 대립관계를 극명하게 표현함으로써 로코조노미야스도코로의 생령화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리고 만화 고유의 표현방법인 컷 나누기 측면에서 분석해 보면, 문자 텍스트인 『겐지 이야기』에서는 역접 접속사를 연속해서 사용하여 나타낸 로쿠조노미야스도코로의 갈등을, 『아사키유메미시』에서는 컷의 세심한 분할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만화 고유의 표현방법에 의해 가나(反名) 문학의 애매함을 회피하고, 현대독자에게 알기 쉬운 작품세계를 구축하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