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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상은 읽기를 통해 앎으로 끝나는 단순한 수용 과정이 아니다. 상상력을 동원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표현활동을 통해 깨달음이 일어나는 능동적인 창조 행위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 감상교육은 이해와 표현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다양한 표현활동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표현활동으로는 구술, 서술, 그리고 그림 그리기 등 다른 매체로의 표현이 가능하며, 학교 현장에서는 대부분 구술과 서술 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본고는 그림 그리기 표현활동에 초점을 두고, ‘이해하기(추출)-생각하기(추출)-표현하기(채색)’의 과정을 통해 이해와 표현을 통합 구성하고자 한다. 그리고 시 감상을 위해 ‘3대 자화상’으로 불리는 이상·서정주·윤동주의 「자화상」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해하기 단계에서는 읽은 시 텍스트에서 스토리 키워드를 뽑아내고, 생각하기 단계에서는 스토리 컬러를 추출하며, 표현하기 단계에서는 추출한 스토리 컬러를 채색한다. 이해와 표현의 통합은 자화상 시편을 읽으면서 <자화상>―엷은 흰 노랑의 '떼드마스크-불안 속에 홀로된 자기'(이상), 주황의 ‘병든 수캐-고통을 회피하지 않는 냉소적 영웅’(서정주), 파랑의 ‘追憶처럼 사나이-자기애에 빠진 나르키소스’(윤동주)―그림을 그리는, 즉 언어 이미지를 색채 이미지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나타난다. 이때, 표현된 스토리 컬러는 시 텍스트에서 뽑아낸 스토리 키워드에 대한 일종의 해석소로 기능함으로써 그림은 시 텍스트에 대한 메타 텍스트가 된다.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학습자는 시 작품을 읽고 이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새롭게 인식하고 표현하는 활동을 통해 정서적 심미적 경험을 확충하는 적극적인 감상을 하게 된다. 본고는 색채 표현활동을 통한 시 감상교육이 학습 과정에서 의미 있는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교수 학습 방법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