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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이론과 비평검색

Korean literary theory and criticism (KLTC)


  • - 주제 : 어문학분야 > 국문학
  • - 성격 : 학술지
  • - 간기: 계간
  • - 국내 등재 : KCI 등재
  • - 해외 등재 : -
  • - ISSN : 1598-3501
  • - 간행물명 변경 사항 :
논문제목
수록 범위 : 55권 0호 (2012)

백석시의 언어와 미적 원리 - 백석 시의 박물학적 특성과 감각의 깊이

고형진 ( Ko Hyung-jin )
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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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압도적인 부피감과 강력한 흡인력으로 오늘날 폭넓은 사람을 받고 있는 백석시의 언어와 미적 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쓰여 진 것이다. 백석시의 언어적 특징으로 흔히 방언의 완고한 구사를 들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특징은 '명명의 구체성' 이다. 백석은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언어를 멀리하고 구상어들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 구상어들은 사물을 총칭하는 포괄적인 명칭이 아니라 각 사물마다 수많은 종류별로 세분된 개별 사물들의 이름들을 가리킨다. 그는 낱낱의 사물에 부여된 세부적 사물명을 시어로 사용하므로 그의 시에는 수많은 명명어들이 등장하여 우리말의 성찬을 이룬다. 백석은 우리의 생활용품과 산천초목과 인간군상들을 낱낱이 호명하고 명명함으로써 우리의 언어와 문화의 매력을 한껏 일깨운다. 백석의 시어에 나타난 명명의 구체성운 동, 식물명에 이르러 더욱 깊어진다. 백석은 동식물의 종류별로 아주 세분화된 명칭들을 시어로 사용하며, 이들의 특성과 생태에 대한 지식을 시적인 형상화에 적용하기도 한다. 이 점에서 그의 시에는 박물학적 사고가 드리워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935년 11월『조광』지 창간호에 '신박물지' 란 특집이 실린바 있고, '조선박물학회' 의 결성과 『조선박물학잡지』의 간행을 통해 조선의 식물과 동물의 생태에 각종 연구물이 발표된 당시의 학술문화계 동향이 백석의 시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박물학적 사고에 접맥되어 있는 백석 시어의 세부적 명명성은 감각적 표현이 가미되면서 미학적인 완성을 꾀한다. 그의 시에는 여러 감각이 동시에 구사되는데, 그 가운데서 주목되는 것이 색과 명암과 소리감각이다. 백석의 시에는 색상 어휘가 다채롭게 구사되며, 또 명암 언어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다. 명암은 백석 시의 미적 원리 가운데 가장 개성적인 영역을 차지하는 것이다. 명암은 백석 시 득의의 감각 표현이며, 그의 시를 매우 섬세하고 아득한 세계로 이끄는 중요한 미적 동인이다. 백석시의 미적 원리를 형성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소리감각이다. 백석은 생명체가 내는 소리와 사물이 자기공명 내지는 충돌을 통해 내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소리감각을 시적인 미학으로 활용한다. 백석은 여러 가지의 채색기법으로 색상이미지를 구사하고 여기에 명암의 부여로 그림의 농도를 조절함으로써 깊은 느낌을 자아내며, 그 그림에 소리공명을 일으켜 소리감각이 환기하는 정신적인 기운을 조성해 낸다. 백석의 시는 이처럼 색과 명암과 소리 감각이 이중 삼중으로 결합되어 조성되는 언어감각을 통해 독자들의 마음과 혼을 함께 뒤흔든다. 색과 명암과 소리가 어우러지는 언어의 향연은 백석의 개별 작품에서 시의 형식을 완전히 지배하기도 하고, 부분적으로 이끌기도 하면서 그의 시의 중요한 미적 원리를 형성한다.
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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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1930년대의 대표적인 모더니스트였던 정지용과 이상의 시적 텍스트성을 대위적으로 살펴본 글이다. 영미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는 모두 불연속적 세계관에 미학적 기반을 두고 있지만, 각각의 시간 특질은 서로 다른 면모로 시 텍스트에 작용한다. 본고에서는 불연속적 시간 특질의 하위 자질을 단속성과 파편성으로 상정하고 이를 각각 정지용의 시와 이상의 시에 대입하였다. 정지용의 시 텍스트에는 ‘기억’과 ‘현재적 시간’과 ‘미래지향적 시간’으로부터 소격화된 불연속적 시간 특질이 드러나 있다. 즉 불연속성이 극단적 양상으로 나타나기보다는 시간적 연속성을 절연시킨 단속성의 특질로 나타난다. 반면 이상의 시 텍스트에는 ‘절단’과 ‘쁠랑’과 ‘배치’의 몽타주를 통해 파편화되고 단절된 불연속적 시간 특질이 드러나 있다. 즉 이상은 전복적인 모더니스트로서 전통적인 시간관을 원천적으로 부정한다. 결과적으로 모더니즘이나 아방가르드의 개념들은 ‘시간’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통해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반면, 한편으로는 시간적 상대주의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탁류』의 토포스

김미정 ( Kim Mi-jeong )
6,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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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탁류』에서 구체적 장소인 도시의 외시경적인 지도와 이 외시경을 움직이는 동인이랄 수 있는 공간의 내시경적 지도를 살펴보았다. 이로써 토포스가 소설의 플롯을 구동하는 문학적 디스코스로서의 동인임을 입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기층문화에 의해 형성된 경험의 구조를 공간에 근거하여 살펴봄으로써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삶을 속박하고 있는 요인들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도로서 그 연구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탁류』는 군산의 거리를 선회하면서 이루어지는 외시경적인 공간의 텍스트와, 그것과 내밀한 관련성을 갖는 '숨겨진 차원'으로서의 내적인 공간 텍스트를 포함하고 있다. 이 내적인 차원은 물리적인 공간성이 아니라 그 자체로는 공간적이지 않은 추상적 개념들이 지니는 공간적 함의로써 '인간이 주변의 삶을 의미화 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 도덕적 세계모델들이 필연적으로 지니는 공간적 자질들'이다. 『탁류』에는 항구, 도로, 철도, 학교, 관공서, 경찰서, 은행, 유곽, 도립의원, 화장터 등의 공간들이 '정주사' 가족 및 주변인물의 일상을 통해 상세히 서술되고 있다. 게다가 소설에 묘사된 상호명이나 건물의 위치도 정확한 것으로 드러나 『탁류』는 일제 강점기 군산 민중의 '생활상보고서'로 간주될 정도이다. 특히 '미두장은 군산의 심장'이라는 진술에서와 같이 수탈경제정책의 폐해는 물신화된 자본주의적 현상의 전형적인 형태라 하겠다. 그러므로 '정주사'와 '초봉'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생활은 도시 재편에 따라 만들어진 식민지 약탈기능의 중심지인 군산의 미두장을 동심원으로 한 기획된 도시의 미로에서 도태되는 경로를 밟는다. 한편, 『탁류』에는 가시적인 장소 배후에 추상적인 개념으로서의 숨겨진 공간의 기호가 있다. 먼저 식민지 정치구조로 보면, 군산항은 일제가 행한 식민지정치를 위한 공간 기획에 따라 기름지고 넓은 호남평야의 쌀을 수탈해가는 거점도시의 상징으로 서사적 진행을 가능케 하는 동력이 된다. 또한 교육구조로 볼 때, 일제하에서 학교 교육은 피교육자들에게 근대적 규율을 훈육시키고 기껏해야 식민지 하급관리를 양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조선인들이 교육을 통해 근대적 주체로 재탄생하기는 힘든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작품의 인물들의 몰락과정은 단순하게 개인의 능력 부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며, 식민지의 정치적, 교육적 환경에 의해 강제된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탁류』의 토포스는 주제의식과 더불어 그 속에 담긴 지역의 역사적, 사상적, 문화적 조망을 가능케 하고 각 공간의 맥락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생성한다. 따라서 식민지 사회구조 속에 『탁류』의 인물들은 군산 앞바다의 퇴적물처럼 쏠려 내려왔을 뿐 헤쳐 나아갈 지각적 인식이 형성되지 않았고, 그런 이들에게 환경, 즉 공간의 영향력은 '숙명'이 된다.

이병주 소설의 엑조티즘과 대중의 욕망

노현주 ( Rho Hyun-ju )
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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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이병주의 문학세계의 특징으로 엑조티즘에 주목하였다. 이것은 작가의 교양주의에서 출발하는 것으로써 세계감각과 예술에 대한 동경의 연장선이다. 작가의 엑조티즘은 첫째로, 국제적 정세에 민감했던 40년대 일본의 정치정세 속에서 생활했던 영향, 작가의 지적욕망과 교양주의의 특성, 그리고 세계 감각과 세계적 정세파악의 시각을 가졌던 이병주 정치의식의 연장선이라고 보았다. 정치의식을 전면에 드러내는 대하소설들의 경우에 이러한 세계 감각이 정치문제와 더불어 나타난다. 둘째로, 이병주는 쇼와시대의 일본을 통해 서구 근대의 교양과 지성을 이상적으로 받아들였는데, 그가 가진 교양 세계의 특성이 억압적 현실과 대비되는 자유로운 공간으로서 이국풍의 가상의 공간 창조로 표출되고 있다. 이것이 중단편에 적절한 소설적 기법으로 나타났을 때, 엑조티즘과 코스모폴리탄의 감수성으로 표출된다. 이병주의 엑조티즘은 예술에 대한 동경과 연관이 된다. 그의 사상과 철학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여술에 대한 동경은 니체 철학을 전유한 결과로 나타난다. 그의 독서편력과 지식에 대한 욕망은 예술에 대한 동경과 같은 맥락이다. 이병주의 문학이 보여주는 교양주의와 엑조티즘, 예술의 내용은 1960년대와 70년대의 대중들에게 일어났던 교양에 대한 욕망과 결합되는 것이었다. 대중의 교양에 대한 지향과 이국취향의 아비투스, 그리고 정치 해석에 대한 대중의 욕망이 이병주의 텍스트가 내포하는 딜레탕티즘, 엑조티즘, 정치담론과 호응하여 높은 대중적 수용도를 이끌어냈다. 이병주의 엑조티즘과 예술철학을 내용으로 한 딜레탕티즘의 텍스트에 대단한 호응을 보냈던 대중에게서 엘리트 문화에 대한 동경과 교양에 대한 욕망을 발견함으로써 6,70년대 베스트셀러의 사회학을 그려볼 수 있다.

「물결이 높던 날」의 서술기법 연구

윤애경 ( Yoon Ae-kyung )
6,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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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인의 초기 소설세계의 성격이 형식미학적 차원에서 많은 논의들로 밝혀졌지만 그러한 특성들을 밝히기 위해 논의된 작품들은 대체로 「후송」과 「강」에 불과하다. 이 점에서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물결이 높던 날」은 초기 작품의 특성을 다각도에서 선명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작품이다. 이 작품은 등단작에서 제시된 문제의식이나 그것을 드러내는 기법적 측면들을 더욱 다양한 형식적 탐색으로 이어가고 있으며 이후 「강」이 보여주는 이미지를 통한 주제적 강화의 양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초기 작품으로 거론되는 두 작품들의 실험적 글쓰기의 양상을 강화하거나 모색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한편 형식미학적 차원에서 개성적인 소설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서정인 소설의 경우, 서술기법의 문제는 작가의 세계관의 문제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따라서 본고는 「물결이 높던 날」에 쓰인 서술기법들을 통해 작가의 비극적 세계인식의 내용이 어떠한 형식으로 드러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첫째, 초점화(focalization)의 활용과 아이러니적 구조의 기법을 들 수 있다. 서정인은 개인과 세계간의 간극에서 드러나는 삶의 비극성을 초점화자들의 개별적 경험과 그것의 아이러니적 구조를 통해 표출하고 있다. 둘째 서술적 지연과 이미지의 강화를 들 수 있다. 그는 초점화자와 서술시간을 종횡무진 이동시키는 시간의 현란한 유희를 통해 서사적 흐름을 끊임없이 차단하고 혼선을 조장함으로써 서술적 지연을 야기하며, 그것은 공간화를 지향하는 반복되는 이미지의 환기로 대체된다. 소설 전체의 구성을 통어하고 있는 에피그래프(epigraph)와 작품 전반에 반복되고 있는 '물결이 높은 바다'의 묘사는 초자연적 세계 앞에서 드러나는 삶의 비극성을 암시하는 비유적 이미지로 구사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서정인 초기 소설에 일관되게 드러나고 있는 비극적 세계관은 인간 조건의 아이러니를 발견하는 데서 비롯되고 있으며 그러한 인식적 양상은 형식미학적 차원과의 긴밀한 관련을 통해 개성적인 소설적 언어로 형상화되고 있다는 데서 주요한 의의를 지닌다. 이와 관련하여 「물결이 높던 날」에서는 전통적 서술상황의 이탈 현상을 조장함으로써, 즉 연속성 혹은 시간성의 원리가 반영적 언급의 원리로 대체되면서 그의 비극적 세계관이 효과적으로 표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효석의 『푸른 탑』에 나타난 내선결혼의 전략-서양고전의 차용과 변용

이양숙 ( Lee Yang-sook )
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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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말기 이효석 소설에서 주목할 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일본어 창작이 시도되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서구문화(문학)가 다수 차용된다는 점이다. 『푸른 탑』은 이와 같은 두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내선 간의 성공적 결합이라는 작품의 주제를 완성하기 위해 그는 <데아드라> 신화를 작품에 차용하였다. '절대적 사랑'을 방해하는 자들에 맞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데아드라의 의지는 재한 일본여성 요쿄에게 투영되었다. 사랑의 완성과 민족적 차이라는 두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요코와 영민은 두 번의 죽음체험을 하는데 이것은 데아드라 신화의 차용과 변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애정갈등의 과정에서 작품의 주인공들은 모두 변화 혹은 성장의 과정을 겪는다. 이는 이들이 편견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해야함을 의미한다. 또한 이효석은 민소희의 미모와 한복의 아름다움이 서양의 사교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아름다움의 영역에서 서양, 조선, 일본의 구분이 무의미함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푸른 탑』에서는 정신의 절대성과 현실세계의 상대적 가치라는 이효석의 보편주의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내선의 올바른 관계 정립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6,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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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해방기 「인형의 집」을 변주한 최의순의 「노랭이집」(1946)과 정비석의 「안해의 항의문」(1948)을 통해 해방 이후의 '노라' 이야기를 살펴보려 한다. 8.15는 여성들에게 민족해방과 함께 여성해방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실상 여성의 지위는 식민지 시기와 다를 바 없었고, 민족을 선도하는 역할은 징병·징용 나갔다 돌아온 남성들에게 맡겨졌다. 1920년대 여성해방의 표상이었던 노라는 해방 후 문학장에 다시 소환되는데, 두 소설은 노라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서간문 형식으로 쓰였다는 점, 그리고 8.15 해방과 아내의 탈출을 동궤에 놓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2장에서는 「노랭이집」에서 남성성이 부족한 아버지가 건국과업에서 축출당하고, 그 자리를 건국의 미래를 상징하는 아들들이 대신하는 양상을 짚어 본다. 또한 노라가 결국 가족의 테두리를 넘지 못하고, 건국의 전사를 양육하는 현모로 형상화되는 양상을 확인한다. 3장에서는 반민족주의자인 남편이 등장하는 「안해의 항의문」에서 여성의 성적 욕망이 건국에 대한 사명감과 대치되면서 부정적으로 치부되는 양상을 살핀다. 여기서 작가는 아내의 가출이 남녀평등 의식에서 비롯된 행위가 아니라 민족을 위한 투신임을 강조하면서 소설이 여성해방의 이야기로 독해되는 것을 경계한다. 본고에서 다룬 두 소설은 노라가 반민족주의와 결별하고 집을 뛰쳐나와 민족의 품으로 귀의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해방공간에서 입센이 극화한 인간해방의 의미는 퇴색하고, 여성해방과 조선해방이 병치되면서 국민화된 신생조선의 노라상이 형성됐던 것이다. 결국 해방기의 노라 이야기 안에서 노라의 탈출이 주는 근대적 의미는 퇴색하며, 소설은 올바른 민족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또한 성별이 다른 두 작가는 집을 떠나는 순간까지 현모양처의 의무에 집착하는 아내의 모습을 통해 일제 말기의 젠더 이분구도를 재생산하며, 이전과 흡사한 여성 동원의 방식을 형상화한다. 8.15 해방이 제시한 가능성은 텍스트 내에서 이미 차단되어 있었던 것이다.

『화두』의 자전적 글쓰기와 ‘책-자아'의 존재 방식

정미지 ( Jung Miji )
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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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목적은 최인훈의 『화두』에서 나타나는 소설적 형식인 '자전적 글쓰기'의 의미를 『화두』의 내적 서사를 통해 밝히고 '책'의 존재로 유비되는 '자아'의 의미화 과정을 모색하는 데 있다. 『화두』는 화자와 저자가 동일함으로써 최인훈 자신의 작품의 연속성을 말할 수 있는 자전적 글쓰기로서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소설 속 주인공의 세계와 작가 자신의 세계를 일치시킴으로써 스스로를 분열 없는 '세계 내 존재'로 위치시키고자 함이다. 따라서 본고는 『화투』를 '자아'의 완성 과정이자 '책-자아'를 구축하는 소설로 해석하고자 한다. 독서 행위란 현실 세계와 책 세계가 서로를 참조해가는 상호작용이지만 『화두』의 화자에게 두 세계는 별개의 세계로 '공존'한다. 화자는 어린 시절 '자아비판회'과 '작문수업' 사건으로 인해 '현실 자아'와 '이상 자아'로의 분리를 경험하고 소설쓰기는 현실 세계와 책 세계를 넘나듦으로써 '자아'의 위치를 고민하는 삶의 과제로서 주어진다. 최인훈의 『화두』는 두 세계와 두 자아가 교차하고 침투는 과정의 서사인 전작들을 거쳐 형성된, 두 세계와 두 자아가 하나로 일치되는 수렴점으로써 역사 속의 개인의 삶이 아닌 역사가 녹아있는 개인의 삶을 형상화한 소설이다.
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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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국의 전쟁 소재 소설은 '유년기 전쟁 체험 세대'의 특징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전상국 소설이 여성을 표상하는 방식은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이제까지 간과되었던 여성의 전쟁 경험을 전면화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민족 수난을 강조하기 위해 '여성성'을 도구화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추방자' 형상에 주목하여 전상국 소설의 의의와 한계를 고찰하고자 하였다. 두 소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전상국 소설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밝힐 수 있었다. 첫째, 전상국의 소설은 '수기'와 '구술'이라는 서사 전략을 통해 '여성 수난사'를 반복하되 여성이 발화할 공간을 만들어 내었다. 둘째, 전상국 소설은 반성적, 중간자적 성격을 갖는 남성 서술자률 설정하여, 추방자의 형상을 띤 강간당한 여성, 혼혈아, 장애가 공동체의 기원임을 암시적으로 보여주었다. 전상국의 소설은 한국전쟁 이후 국가 공동체, 민족 공동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 추방자들이 오염원으로 취급되어 버려지는 폭력이 발생하였음을 비판적으로 조명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김유정의 소설 쓰기와 자기 인식-「슬픈이야기」, 「따라지」분석

조경덕 ( Cho Kyoung-duk )
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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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은 농촌의 토속적인 세계를 그린 작가로 이름이 높다. 그러나 그의 소설 목록에서 도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결코 적지 않으며 그 성과도 만만치 않다. 그는 '구인회'의 회원이었다. 박태원의 소설을 즐겨 읽었으며 결핵과 문학을 매개로 이상과 교유했다. 특히 김유정 말년의 도시 배경 소설은 '구인회'의 소설 문법을 일정 정도 따르고 있다. 「두꺼비」, 「슬픈이야기」, 「따라지」가 그러하다. 그 중 「슬픈이야기」와 「따라지」는 김유정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인회의 소설 문법을 전유하여 창작한 작품이다. 그런데 김유정의 주제 의식은 박태원, 이상과는 차이가 있었다. 박태원이 작가의 분신격인 인물을 형상화하는 데 사회적·경제적 낙오자적인 측면을, 이상이 예술가적인 측면을 부각했다면, 김유정은 슬픔이 고여 있는 지나온 삶의 한 때를 작중에 그렸다. 그것은 삶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비장한 각오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두 작품에서 각각 '나'와 까페 여급 아끼꼬의 '엿보기'를 통해 슬픔에 싸인 자기를 돌아보고 또한 그 자기를 껴안음으로써 자기인식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따라지」에서는 작중 인물, 아끼꼬가 작가의 분식격인 톨스토이를 짝사랑한다. 이 '사랑'은 실상 작가가 자신에게 보내는 사랑으로서 이전과는 다른 자기인식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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