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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이론과 비평검색

Korean literary theory and criticism (KLTC)


  • - 주제 : 어문학분야 > 국문학
  • - 성격 : 학술지
  • - 간기: 계간
  • - 국내 등재 : KCI 등재
  • - 해외 등재 : -
  • - ISSN : 1598-3501
  • - 간행물명 변경 사항 :
논문제목
수록 범위 : 65권 0호 (2014)

한국 전래동화에 나타난 설화 다시 쓰기의 문제

오세정 ( Oh Sejeong )
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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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영역에서 설화만큼 해석과 창작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다시 쓰기가 활성화된 경우도 찾기 어렵다. 설화 다시 쓰기의 가장 대표적 사례는 ‘동화’ 영역으로, 이른바 ‘전래동화’는 오늘날 다시 쓰여진 설화라 할 수 있다. 근대는 민족별, 공동체별 정체성을 요구했는데, 문학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설화가 이 시기에 새롭게 발견되었다. 또한 근대는 새로운 사회 구성원으로서 아동의 출현을 요청했으며 아동 교육을 목적으로 새로운 문학 갈래인 전래동화를 탄생시켰다. 결국 전래동화는 민간에 전승되던 설화를 아동 교육의 목표 아래 개작한 것이었다. 동화가 연구와 창작의 영역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자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수립하고 전통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국 동화 영역에서는 (전래)동화를 설화와 동의어로 보거나, 그와 대등한 수준으로 간주하기에 이르렀다. 설화에서 탄생한 동화는 설화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기에 이른다. 오늘날 전래동화는 모본이 되는 설화, 그리고 설화와의 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설화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과 취사선택으로 개작되어 왔다. 설화 연구 및 동화 연구와 창작의 발전을 위해서 이 같은 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 향후 전래동화 쓰기는 설화 갈래에 대한 올바른 이해, 모본이 되는 설화 텍스트의 이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또한 글쓰기 단계에서는 교훈성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고 설화에 형상화된 한국인의 삶과 사유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이를 바탕으로 한 다시 쓰기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숨의 초기 소설에 나타난 가족

공종구 ( Kong Jong-goo )
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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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적인 상상력과 엽기적인 기운을 핵심적인 서사의 질료로 동원하는 김숨 소설의 서사적 촉수가 민감하게 작동하는 지점은 ‘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숨 소설에 대한 기존의 논의들에서 가족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천착하고 탐색하는 작업은 거의 이루어진 바가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글은 김숨의 소설에 나타난 가족의 의미를 탐색하고 천착해보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서 출발하였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목적을 위해 이 글은 논의의 대상을 초기 소설들로 한정하였다. 초기 소설들을 대상으로 한 이 글이 수행하고자 하는 작업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김숨의 초기 소설에서 객관적인 법칙성을 가지고서 등장하는 부성과 모성의 표상을 밝혀내는 작업이었다. 다른 하나는, 알레고리적 표상으로 기능하는 공간과 동물의 상징적 함의를 밝혀내는 작업이었다. 이 두 가지의 작업을 통해서 이 글이 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바는 현대 사회의 가족에 대한 김숨의 문제 의식을 탐색하는 것이었다. 김숨의 초기 소설에 등장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한결같이 결락과 결핍의 표지를 공유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김숨의 초기 소설에 등장하는 가족은 애정과 혈연 관계를 바탕으로 구성된 신뢰와 친밀성의 공간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결락과 결핍의 표지를 공유하는 부성과 모성과 함께 김숨의 초기 소설에는 알레고리적 표상으로 기능하는 공간과 동물 상징이 가족에 대한 문제의식을 반영하는 중요한 서사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김숨의 초기 소설에 알레고리적 표상으로 기능하는 공간은 거의 대부분 어둡고 폐쇄적이며, 동물들 또한 혐오스럽거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서사 설정을 통해 작가는 가족을 가부장의 독선적인 명령과 통제에 의해 개인의 자유의지나 욕망이 식민화되고 거세되는 억압과 질곡의 공간으로 전유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최승자 시에 나타난 비천한 주체의 변모 양상 연구

김건형 ( Kim Keon-hyung )
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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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최승자 시에 나타난 비천한 시적주체의 이미지를 통해 세계에 대한 시인의 대응양상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상징계의 부권적 폭력에 대한 여성의 분노와 파격의 언어를 보이는 초기 시에서 ‘도시’를 매개로 자본주의 문명에 대한 비판의 시로 확장된다. 또한 모성으로의 행복한 합일을 거부하면서, 고유한 본질을 나누는 이분법을 성찰한다. 시적 주체 뿐 아니라 추방된 타자 모두를 비천한 아브젝트로 형상화함으로써 애도의 윤리에 도달한다. 『기억의 집』은 상징계의 이분법 자체를 속이고 교란하는 ‘가장(假裝)하는 주체’라는 새로운 아브젝트 전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여성문학사에서 저항으로 국한되었던 최승자의 위상을 제고하고, 이분법 자체를 지양하는 입장에서 한국 문학을 조망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6,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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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은 작가의 자전적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작자의 화신(化身)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인물을 서술자로 삼고 있기 때문에, 작가의 현실 인식 등 양귀자 소설 전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소설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소설의 서술 상 특성을 규명하는 일은 개별 작품론을 넘어 양귀자의 소설을 관류하는 서술적 특성을 밝히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특히 이 소설의 서술자는 「숨은 꽃」, 「천마총 가는 길」, 『모순』 등의 서술자와 유사한 서술 태도를 가졌다는 점에서 양귀자 소설의 연작을 읽는 새로운 지표를 마련해 준다. 「한계령」은 작품에 채용된 노래가 일종의 시적 효과를 일으켜 내적인 울림을 형성하고, 그것이 힘든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감정이입의 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노래의 채용과 효과도 물론 작가의 능력이며 작품이 지닌 힘일 것이다. 그러나 노래 자체가 원미동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의 고난을 주관적 슬픔으로 화(化)하게 하고 이를 미화하려는 의도를 지닌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 나르시시즘적인 의미를 공통의 것으로 치환하고 의미의 확산을 가져온 것이 ‘한계령’이라는 비교적 잘 알려진 노래라면 문제일 수 있다. 스스로를 기득권자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원미동의 이방인이며 외톨이이다. 「한계령」이라는 소설이 『원미동 사람들』의 연작과 거리를 지닌다고 볼 수 있는 이유이다. 이 글에서는 기존 논의의 반대편에서 양귀자 소설의 서술 구조를 분석하여 그녀의 소설이 어떤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고, 어떤 점에서 비판받아야 하는지를 살피려고 하였다. 특히 ‘소재를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가’에 주목하여 기존 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작품의 적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밝히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먼저 스토리 분석을 통해 「한계령」을 일인칭 주인공이자 서술자 ‘나’가 ‘은자를 만날까 말까 고민하다가 만나지 않은 이야기’로 요약하고, 이 소설이 ‘인간은 과거를 통해 위안 받는다’는 주제를 지닌 소설임을 밝혔다. 아울러 서술 분석을 통해 이 소설이 ‘지식인의 시선에서 포착된 민중의 이야기’로 볼 수 있음을 증명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이 소설을 ‘삶의 고통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보는 일반적 평가가 잘못 되었음을 지적하였다.

‘신라정신’의 번안으로서의 『질마재 신화』와 그 윤리적 의미

남기혁 ( Nam Ki-hyeog )
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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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미당 서정주의 시집 『질마재 신화』(1975)에 반영된 신라정신론과 여기에 담긴 윤리의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주지하듯이 미당은 한국 전쟁을 전후로 ‘신라’라는 고대적 시간과 설화 세계를 탐색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신라정신’론을 자신의 시론으로 정립하고 시집 『신라초』와 『동천』등에 수록된 전통주의 시를 창작했다. 『질마재 신화』는 미당이 신라정신론과 전통주의 시 창작에 쏟아지는 문단 내외의 비판을 의식하면서, 신라정신이 오늘날까지 민간에 전승되어 역사적 실체로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질마재’는 ‘신라’의 번안에 해당된다. 어쩌면 질마재는 ‘신라’라는 선험적 시니피에가 없었다면 재현될 필요도 없고 재현될 수도 없는 세계였다. 시집 『질마재 신화』의 서술자는 재현되는 세계에 능동적으로 개입하여 질마재의 풍속과 윤리를 재해석 혹은 재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신라정신론의 이념과 윤리관이 질마재의 삶과 윤리를 해석하는 절대적 심급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신라정신론에 내재한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이다. 사실 『질마재 신화』에 넘쳐나는 성적 이미지, 풍속, 배설물의 이미지, 해학적인 웃음 등은 지배 체제의 상징적 질서를 부정하거나 해체할 만한 해방의 요소를 풍부하게 지니고 있다. 하지만 질마재의 풍속과 윤리를 재현하는 서술자의 언어는 이 모든 것을 평형의 상태도 되돌리고 공동체의 인륜 질서를 보존한다. 공동체의 도덕 규율이나 인륜 질서와 대립하는 개인의 내면적 모럴, 혹은 윤리적 성찰성은 완전히 작동을 멈추고 질마재를 살아가는 구성원 개개인의 목소리나 욕망은 집단의 그것으로 흡수, 소멸된다. 이와 같이 ‘질마재’의 이야기 속에는, 신라를 소환하고 전유했던 미당의 정치적 (무)의식이 생생하게 작동하고 있다. 미당은 시적 언어와 주술적 언어, 신화와 역사, 윤리와 예술, 개인과 집단의 경계가 무너지는 그 지점에서 탈근대의 미학을 작동시켰다. 하지만 그의 신화 탐색은 끝내 당대 현실에 대한, 기성의 정치 현실에 대한 순응으로 귀착하였으며, 이는 미당 자신이 신라정신론에 내재한 국가주의 윤리의 바깥을 상상하지 않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6,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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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타자성의 징후이자 표상인 동시에 감정이 격발하는 지점으로 그 동안 인간(사회) 외부에 존재하는 기괴한 무엇으로 상상되어 왔다. 그러나 이 논의에서는 괴물이 어떻게 인간 내부에서 증식, 분열, 잉태되는지, 다시말해 ‘인간의 얼굴을 한 괴물’이 어떻게 근대 사법권력 내부에서 야기되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또 이렇게 등장하는 괴물(성)의 특징으로 무감정, 반윤리, 비죽음의 양태를 분석해 보았다. 무감정은 세계에 대한 반응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기존의 관계가 파괴되어 있음을 드러내는 신체성의 표지이다. 반윤리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도덕과 윤리에 대해 무감해하거나 거부하는 태도와 연동되어 있다. 그래서 이들은 사회 내부에 있지만 범죄자라는 잠재성으로 사회 외부로 내처질 가능성을 가진 양가적 존재이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괴물성의 양태가 1960년대 인간들이 놓인 사회적 위치 속에서 공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 다시 말해 괴물성이 본래적,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병적 징후가 아니라 실은 비죽음의 형태로 기생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조건 속에서 등장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6,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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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 유치환의 시세계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이 바로 ‘생명에 대한 관심’이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생명’을 뒷받침하는 ‘죽음’이라는 시어가 실제 작품 속 빈도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변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그 의미와 기능을 고찰하고자 하였다. 먼저 청마시에 나타나는 ‘죽음’과 관련된 시어들은 작가의 전기적 삶과 심리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성을 보이고 있다. ‘죽음’에 대한 경험과 이로 인한 트라우마(trauma) 현상은 청마로 하여금 초기부터 후기시까지 죽음에 대한 고민을 기록하게 만들었으며, 트라우마 극복의 방편으로 ‘생명’이라는 시어를 소비하게 만드는 결과로 나타났다. ‘생명’과 관련된 시어는 역설적이게도 ‘죽음’이라는 상황과 시어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러한 ‘생명’은 기존 연구에서 다루어진 초기작품보다 전쟁을 겪고 난 이후에 더 많이 사용되었다. 초기에는 ‘생명’이라는 한자어를 사용하여 추상적으로 표현하던 경향을 보였으나 후기로 갈수록 목숨, 삶 등의 고유어로 대체되면서 구체성을 띠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한편 청마에게 ‘의지’는 죽음이라는 한계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죽음이라는 한계 상황으로 인한 ‘생명’의 의미는 살아 있는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시간을 나타내는 시어 중에서도 오늘, 지금 등의 현재 관련 시어와 밀접한 관련성을 보이고 있다. ‘죽음’에 대한 인식은 인간의 유한성, 현재에 대한 애착과 신에 대한 관심으로 시선을 전환시켰고 이러한 고민은 인간과 신이 공존하는 우주와 천지 등의 공간 관련 시어로 표출되었다. 청마시에서 중요하게 연구된 ‘생명’은 ‘죽음’이라는 경험과 사색의 결과이며 관심을 반영한다. 이는 청마가 사용한 시어의 빈도에서 알 수 있으며 시간 관련 시어, 공간 관련 시어 역시 죽음에 대한 한계 상황과 밀접한 관련성을 보이고 있다.

윤동주와 키에르케고어 - ‘반복’과 ‘변증’의 언술을 중심으로

정원술 ( Jeong Won-sool )
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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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시인 윤동주와 철학자 키에르케고어의 영향관계에 대한 연구이다. 선행연구와 변별된 점은 어휘나 주제 차원이 아닌 ‘반복’과 ‘변증’의 언술구조에 주목한 것이다. 이것은 철학의 ‘단계’ 개념과 시의 ‘연’ 구분이 관련 있을 것이라는 발상에서 비롯되었다. 윤동주의 「팔복」은 시적 의도가 아이러니인지 패러독스인지 선행연구에서 논란이 되어 왔다. 이 시는 한 연 안에서 여덟 번 반복되는 구문이 두드러지는데, 그것은 키에르케고어 철학 중에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가능성으로서의 운동’인 반복의 개념을 떠올린다. 그리고 ‘양가적 의미’란 연구자의 의도가 아닌 언술 자체에 내장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윤동주의 「병원」은 ‘서정시의 윤리학’ 같은 비평적 찬사를 받지만, 선행연구에는 키에르케고어의 ‘단독자’ 개념을 간과한 문제가 있다. 이 시는 3연의 산문시 형식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키에르케고어 철학 중에 ‘매개 없는 절대적 선택’의 실존주의적 변증 개념을 떠올린다. 그리고 마지막 구문의 부정 변증은 윤동주 문학의 겸허한 태도와 닮아 있다.

엄한얼의 1970년대 희곡 연구

정현경 ( Jeong Hyeongyeong )
6,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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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희곡문학사에서 현재까지 연구된 적이 없는 작가 엄한얼의 1970년대 희곡 「망명정부 주식회사의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1973)와 「면역환자」(1974)를 연구대상으로 한다. 엄한얼의 희곡 중에서 「망명정부 주식회사의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를 포함한 총 4편이 한국예술문화윤리위원회의 심의 결과 공연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그의 희곡은 공연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학술적으로 논의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풍자와 비판으로 1970년대 사회·정치적 상황을 극화한 엄한얼의 희곡은 1970년대의 희곡문학과 연극의 일면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이기에 학술적 논의가 필요하다. 엄한얼의 희곡은 절망적이고 억압적인 1970년대 초반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그는 유신정권의 정치적 명분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억압당하는 소시민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시대에 대한 절망적인 인식 속에서 현실로부터 탈출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담아냈다. 그러나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고나 하는 등장인물들의 탈출 욕망은 좌절되고 만다. 엄한얼의 희곡에 나타나는 허무주의적인 속성과 비탄조의 언어는 현실의 억압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강화한다. 더불어 정치적 이상세계를 향한 등장인물들의 갈망과 좌절 역시 심화된다. 엄한얼 희곡에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은 통제와 억압, 특히 자유롭게 담론을 양산할 수 없는 현실을 언어유희의 방식으로 조소한다는 것이다. 말을 장악하거나 몰수하는 것은 하나의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엄한얼은 정치·사회적 입장을 표명하는 사람들을 정신질환자로 매도하고 공권력을 동원해 그들을 격리시키는 현실을 그려낸다. 정신질환자로 치부되어 언어를 탈취당하는 인물들은 하위주체(subaltern)로 소통을 차단당한다. 엄한얼은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사회 질서와 안녕을 명분으로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현실과 정치 이데올로기를 강제하는 정권의 폭력성을 언어유희의 방식으로 조롱하는 것이다. 엄한얼의 희곡 창작은 정치적 실천으로서의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의 유신정권에서 자행된 ‘검열’이라는 제약 속에서 공연불가 판정을 받으면서까지 엄한얼은 문학을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냈다. 그로 인해 그의 희곡은 독자와 만나고, 관객과 소통하거나 학술적으로 논구될 기회마저 제한당했다. 1970년대 검열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게 느껴지는 심의에서 공연불가 판정을 받은 텍스트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일은 작가와 더불어 문학의 사회·정치적 책임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다. 더불어 아직까지 연구되지 않은 텍스트를 발굴하거나 심의 반려된 희곡 텍스트 그리고 학술적 조명을 받지 못한 작가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희곡문학사의 지평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유정의 창작 동력에 관한 연구

조동길 ( Cho Dong-keel )
6,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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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김유정이 왜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창작을 이어갈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무엇이었는가에 관한 의문에서 출발하였다. 김유정은 짧은 기간 동안 활동하다가 작고했고, 자신의 문학에 대한 견해를 밝힌 자료도 거의 없다. 따라서 그의 창작 동인이나 동력에 관한 연구는 추론에 그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이런 까닭에 필자는 먼저 작가들을 네 가지로 유형화하는 작업을 시도한 후, 김유정의 창작 동인과 동력에 관해 작가 자신의 견해, 전기적 사실, 작품을 통해 추론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시론으로 분류해 본 작가의 유형은 생계형, 명예형, 지사형, 철인형의 넷이다. 실제 작가들은 이 네 유형을 넘나들며 창작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 주된 특성에 따라 이런 구분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김유정의 창작 동인은, 작가 자신의 견해에 따를 때 염인증의 치유를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전기 자료를 분석해 보았을 때는 절친한 친구인 안회남의 권유, 음성언어 결핍 충족을 위한 대체 수단, 그리고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여성에 대한 양면적인 의식의 반영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작품을 통해서 그의 창작 동력을 추정해 보면, 고향과 그 사람들을 향한 애정 표현, 동시대 현실을 기록하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인간성의 본질과 인간관계 탐구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근대소설이 지향하는 사명과 깊은 상관성이 있으며, 이로 보아 김유정은 사사로운 이유로 창작을 시작했지만 근대소설이 지향하는 바를 성공적으로 성취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김유정은 일부 생계형 작가와 지사형 작가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대략 명예형 작가에 속하는 작가로 규정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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