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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제 : 어문학분야 > 국문학
  • - 성격 : 학술지
  • - 간기: 반년간
  • - 국내 등재 : KCI 등재
  • - 해외 등재 : -
  • - ISSN : 1975-7743
  • - 간행물명 변경 사항 :
논문제목
수록 범위 : 27권 0호 (2019)

『태극학보』 ‘문예’란의 출현 배경과 그 성격

손성준 ( Son Sungjun )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사이間SAI  27권 0호, 2019 pp. 15-58 ( 총 44 pages)
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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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태극학보』의 ‘문예’란에 대한 종합적 연구이다. 1906년 8월에 창간된 『태극학보』는 재일본 유학생들이 만드는 ‘학보(學報)’로서의 위치로 인해 정치 및 시사 문제를 다루는 데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지식 전파와 국권회복운동이 강력하게 연동되어 있던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점차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을 다루기 시작한다. 『태극학보』의 ‘문예’란은 헤이그 특사 사건의 여파로 인해 대한 제국의 정치 환경이 격변하고 지식인들의 정치적 발화 욕구가 강렬해진 시기에 처음 출현(제12호)하여 종간 시까지 잡지의 핵심적 구성 요소가 된다. 『태극학보』 ‘문예’란의 ‘문예’ 개념은 일본에서 이미 정착 단계에 있던 ‘문학’과 ‘예술’의 합성어가 아닌, ‘문장(文)’과 ‘기술(藝)’을 결합한 전통적 의미에 가까웠다. 따라서 근대문학의 장르 범주인 ‘시’나 ‘소설’뿐 아니라 ‘서간문’, ‘송별문’, ‘추도문’ 등과 같이 기능성이 뚜렷한 글들이나 논설과 개인의 감상 등이 섞여 있는 ‘잡문’의 형태 또한 포함될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문예’란의 기사를 총 9종류로 구분하여 창간 시부터 존재했던 해당 글들이 ‘문예’란 등장 이후 어떠한 변모를 보이는지 양적ㆍ내용적 측면을 각각 분석하였다. 그 결과, ‘문예’란 등장 이후 ‘잡문’을 제외한 8종류의 양적 비중은 대부분 상승하였음을 발견하였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서간문’, ‘송별문’, ‘추도문’ 등과 같은 목적성 글들을 통해 한국의 정치 위기 및 극복 담론을 개진하는 경우가 두드러졌으며, 비중 면에서 감소를 보인 ‘잡문’의 경우조차도 정치적 발화는 보다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태극학보』의 간행 주체들은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고 싶어 했지만, 동시에 메시지를 보호할 엄폐물도 필요로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예’란은 정치성과의 거리를 표상하는 외장(外裝)이 되어 주었다. 그들의 ‘문예’ 개념이었던 ‘글쓰기’의 ‘능력’과 ‘기술’은 근대문학의 장르적 규범에 얽매이지는 않는 다양한 형태로 감시의 시선을 교란하였다. 이에 원천적으로 정치 및 시사를 다룰 수 없던 『태극학보』는 ‘문예’란을 통해 정치 발화 욕구의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었다.
6,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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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에서는 『태극학보』에 실린 장응진의 글을 통해 1900년대 한국 사회에서 ‘계몽’의 의미를 질문했다. 이 시기 일본 유학생들은 다양하고 포괄적인 근대 지식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면서 이를 자국어로 번역해야만 했다. 자신과 타자의 계몽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한 것이다. 장응진은 근대 지식 앞에 피계몽자의 흔들림과 회의를 드러낸다. 그러나 동시에 회의를 감춘 채 타자를 계몽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의 회의는 『태극학보』에 연재된 「다정다한」, 「월하의 고백」, 「춘몽」 등에서 드러난다. 그의 회의는 외부에서 전해지는 지식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자각에서 시작된다. 내면의 반성과 고백을 요구하는 새로운 지식 앞에서 장응진은 이새로운 지식이 진리에 근거한 것인지, 혹은 비진리에 근거한지 알 수 없다는 고백했다. 피계몽자로서의 진리를 의심하는 장응진에게 계몽의 대상자들은 단순한 지식과 정보의 수용자가 아니다. 이들에게 자신의 내면과 양심을 살피라고 이야기할 때, 양심적 존재는 심오한 내면이 아니라 자신의 양심을 표현하는 행동을 해석하고 그 행위의 의미를 고백하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새로운 지식과 그 지식에 맞춰자신의 행동을 끊임없이 말하는 실천 사이에 주체화되다. 장응진의 피계몽자들은 점검하고 자신의 행위를 계속 고백하고 있다. 내면과 품행을 과감히 드러냄으로써 피계몽자들은 새로운 주체로 전환되고 있다.
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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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기본 단위는 자율적 개인이다. 노동을 자기 실현의 수단으로 보는 많은 관점들 또한 자율적 개인의 탄생이라는 전제에 기반한다. 이 글은 근대계몽기 자율적 개인이 생겨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는 자본주의의 본원적 축적 과정에서 생겨난 노동 시장의 재편이 그것이고, 둘째는 사회진화론에 영향을 받은 개인의 개념이다. 개인의 자기 보존을 종족과 사회, 더 나아가 국가의 보존과 밀접한 것으로 확대하는 사회진화론의 영향이 노동과 연결되는 지점은 노동을 개인의 변화와 발전, 끊임없는 운동, 움직임의 상태로 정의하는 『태극학보』의 「노동과 인생」이라는 쓰나시마 료센(綱島梁川)의 글에서 노동이란 단어의 용례를 통해 확인된다. 이러한 상황은 1905년 이후의 노동 시장의 본격적인 형성과 분업화된 사회구조로의 재편을 배경으로 한다. 기존의 공동체 질서에서 떨어져 나온 개인들은 ‘자유’를 얻었지만 임금노동자로서, 자유롭지만 빈곤한 노동자로서 개인이 되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끊임없이 자기 개발하여 질적 유일성을 띤 개인의 출현이 요청되었다. 이것은 진화생물학, 사회진화론의 영향 속에서 개인이라는 개념이 생성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태극학보』가 강조한 체육 중심의 교육 담론은 인간의 감각을 통해 세계를 접하도록 하는 새로운 교육 방식이었고 주관적 감각의 사용으로 개인은 개성과 같은 특이성을 띤 존재, 생존경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였다. 이 글에서는 짐멜이 말한 것과 같은 양적 개인주의와 질적 개인주의의 발생이 근대계몽기 노동 시장과 지식장을 통해 생겨나는 과정과 그 아래서 노동 개념의 확장되어 여타 다른 주도 이론과 결합하여 개인의 개념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과정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유길준의 『정치학』을 통해 본 근대 동아시아 ‘정치학’의 수용 과정

김태진 ( Kim Taejin )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사이間SAI  27권 0호, 2019 pp. 119-157 ( 총 39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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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유길준의 『정치학』을 통해 대한제국기의 정치학 수용 과정을 살펴본다. 유길준의 『정치학』은 라트겐이 도쿄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일본어로 번역한 『세이지가쿠(政治學)』(1893)를 한국어로 중역한 것이었다. 라트겐의 책이 상권 국가편, 중권 헌법편, 하권 행정편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유길준은 상권 국가편전체의 293항 중 260항까지를 거의 그대로 충실하게 번역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어디까지 자신의 생각으로 받아들였는지는 조심스럽게 볼 필요가 있다. 본 논문은 유길준의 번역에서 삭제된 부분에 주목하고자 한다. 유길준에게 번역이란 단순히 학습의 과정만이 아니라 자신의 사상을 의식/무의식적으로 표현하는 ‘매개’였다고 할 때 삭제는 그의 의식적인 작업임이 분명하다. 이때 삭제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원서에서 삭제된 부분이 차지하는 위상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본 논문은 기존 연구의 대조 작업에 기초하면서도 라트겐의 텍스트 전체에 대해, 그리고 그의 학문적 태도에 대한 전체적인 고찰을 통해 조선에서의 정치학의 도입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라트겐을 이해해야 독일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일본에서 조선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상의 변용의 측면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유길준의 『정치학』 번역을 단순히 흔한 교과서적내용의 소개라거나 ‘한국적’ 정치학의 태동이라는 과도한 의미 부여를 넘어 번역의 의의를 제대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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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재일조선인 문학사’를 위하여: 소리 없는 목소리의 폴리포니』에 대한 서평이다. 이 책은 재일조선인 문학사를 ‘여성’의 글쓰기 행위에서 시작한다는 점, 일본어뿐 아니라 조선어로 창작된 재일조선인 문학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 재일조선인 문학이 국민국가 문학(한국문학, 일본문학)의 일부로 포섭되거나 소비되는 것에 비판적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문학사를 해체적으로 재구성하는 힘이 있다. 본 논문은 이 책이 기존의 문학 및 문학사 연구에 어떤 생산적인 파열음을 낼 수 있을까를 중심으로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로, 재일조선인 문학이 다른 마이너리티 문학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둘째로, 여성의 글쓰기(증언, 구술, 일기 등)를 포괄한 문학사 서술 방식이 현재 한국 및 세계문학이 여성의 증언과 구술을 문학과 여러 방식으로 관련시키는 상황에 어떤 자극을 줄 수 있을까? 셋째로, 이 책의 테마는 계속되는 식민주의와 아시아의 뜨거운 냉전을 한 몸으로 경험하고 품고 있는 존재들을 부각시키는데, 이러한 방식이 어떠한 탈식민주의적 지향을 새롭게 드러나게 할 수 있을까? 본 논문은 이 세 가지 문제의식을 축으로 『‘재일조선인 문학사’를 위하여』를 비평함으로써 재일조선인 문학의 내적 특질을 기반으로 문학이 혁명이 될 수 있는 조건을 분석하고 재일조선인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명확히 했다.

점령기 일본의 식민주의적 유산과 분열된 ‘나’

크리스티나이 ( Christina Yi ) , 배새롬(역)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사이間SAI  27권 0호, 2019 pp. 209-239 ( 총 31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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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일본이 연합군에게 무조건 항복을 한 것은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걸쳐 존재했던 하나의 제국에 담론상의 결정적인 붕괴를 야기했다. 일본 점령기(1945~1952)에는 정치계의 변화뿐 아니라 ‘일본’과 ‘일본인’이 스스로를 정의하고 논의하는 방식이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본 논문은 그가 살던 세대에 가장 두드러진 ‘자이니치(재일)’ 조선인 작가 중 한 사람인 김달수(1919~1997)의 작품들을 살펴봄으로써 식민지기가 주는 몇 가지 지속성을 포함해서 전후에 일어난 변화를 조명한다. 조선에서 태어났으나 주로 일본에서 성장한 김달수는 전쟁이 끝난 후에 일본에 남았고 그곳에서 좌파 정치와 좌파 문학 문화에 깊이 관여했다. 그가 1945년 이후에 쓴 소설은 일본 제국의 종말을 기억하려는 것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서사들의 형태는 식민성과 ‘후-’식민성이 완전히 분리될 수 없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7,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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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세종이 쓴 『오키나와와 조선의 틈새에서』의 서평논문이다. 이 책은 오키나와의 조선인에 대한 최근의 연구들을 반영하면서도 그 논의의 배경을 오키나와전쟁에서 현재에 이르는 시공간으로 확장하여, 이제껏 제대로 말해지지 못했던 오키나와의 조선인과 그들의 삶을 시대적인 맥락과 정세 속에서 통사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연구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960년대 중반부터 오키나와 주민의 입장에서 오키나와전쟁을 기술하는 기록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생겨난 새로운 담론공간에서 오키나와인들의 증언에 의해 ‘출몰’하기 시작한 오키나와의 조선인을 의미화하는 저자의 관점이 주목할 만하다. 오키나와 민중이 피해 집단의 정체성을 깨고 가해자성을 자각하는 과정 속에서조차 누락되었던 존재들, 즉 자기안의 ‘난민’을 조우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특히 필자가 주목한 것은 크게 네 가지이다. 첫째는 1950년대 『류다이분가쿠(琉大文學)』로 시작된 오키나와의 가해자성에 대한 인식이, 이후의 기록운동과 복귀운동의 과정에서 담론공간을 거치면서 어떻게 변용되었는지에 대한 것이고, 둘째는 구메섬 구중회 일가가 스파이로 몰려 학살당한 사건이 가해자성의 인식과 맞물려 담론공간에서 다루어질 때 결락되는 오키나와의 조선인 문제, 셋째는 도쿄타워 점거사건을 일으킨 도미무라 준이치의 옥중수고에 등장하는, 그가 만난 조선인들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으로는 저자가 피해/가해라는 고착된 인식의 틀을 되물을 때, 조선인 위안부와 군부의 경험을 표현하는 데 동원되는 동물의 비유와 그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본고에서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가해 경험 혹은 폭력에 가담하게 되는 구조가 ‘우리’의 경험을 되비추는 하나의 참조점이 되고 있음에 천착하여 논의를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동아시아 논단으로의 초대 - 『공생의 길과 핵심 현장』이 이끄는 세계 -

이케가미요시히코 ( Ikegami Yoshihiko ) , 김보람(역)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사이間SAI  27권 0호, 2019 pp. 277-310 ( 총 34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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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서의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동아시아 논단으로 초대받는다. 그와 함께 이 논단에 참가하기 위해 나는 그의 몇 가지 논의들에 끼어들고자 했다. 그가 계속해서 언급하는 중국학자 거자오광(葛兆光)과 그 사이의 대화에 끼어드는 것이었다. 거자오광의 『중국 재고(中國再考)』를 읽으면서 백영서가 자신의 책 여기저기에서 제안하는 독특하고 심오한 ‘이중적 주변’ 이론에 대한 논의들을 조명하고자 했다. 전전(戰前) 시기의 일본 동양학은 이러한 콘텍스트 속에서 소개했다. 우리 일본인이 아시아를 생각할 때 우리는 이것들을 피하거나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없다. 이는 우리의 위대한 유산인 동시에 부(負)의 유산이다. 몇몇 동양학 학자들이 그 동양학 연구들과 나이토 고난(內藤湖南), 쓰다 소키치(津田左右吉), 구와바라 지쓰조(桑原隲藏) 등의 학자들을 정치하게 다루어 왔다. 이 연구들을 활용하면서 나는 전전의 오리엔탈리스트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보는 일본의 관점과 백영서가 대변하고 있는 한국의 관점, 그리고 거자오광을 통해 드러나는 중국의 관점을 비교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열린 토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접촉점의 가능성을 더듬어 보고자 한다.
7,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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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9세기~20세기 초의 서울/경성에 관한 국내외의 문학과 회화 등 다양한 문화적 재현의 사례를 번영과 퇴락의 변증법적 역동성과 관련하여 새롭게 읽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왕도 서울의 번영은 18세기 중후반부터 19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약 100년 간 지속되었다. 조선 후기의 회화와 시문에서 서울은 인파가 넘쳐나고 물산이 교환되는 생활세계로서 전경화된다. 특히 <태평성시도>는 부감(俯瞰)의 시선에 의해 공간적으로 균질화된 도성 내부에 관한 이미지를 제시한다. 기존의 형이상적인 공간 의미 및 위계질서가 약화된 시각적 차원에서 평평해진 도시공간이 제시된 것이다. 『포의교집』의 기혼남녀 이생과 초옥은 바로 그 도시 공간속의 이곳저곳을 배회하며 신분을 초월하여 교제하고 있다. 그러나 개항 이후 19세기 말 20세기 초라는 전환기의 서울은 위생으로 표상되는 근대 문명에 의해 구제되어야 마땅한 구도심이 되어 버렸다. 나카라이 도스이의 『조선에 부는 모래바람』에서 경성은 조선의 운명을 둘러싼 각종 이전투구와 권모술수가 교차하는 장소이다. 또한 낮의 오물 대 밤의 유흥으로 이중화되어 있는 도시로 묘사된다. 한편 소위 ‘주르날’의 삽화는 서울을 열강의 각축 와중에 기울어져 가는 미개와 정체의 도시로 그려내고 있다. 네덜란드계 미국인 화가 휴버트 보스의 <서울 풍경>에서는 서울을 비의적인 도시로 남겨 두려는 특권적 시선이 전경화되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일기는 식민지화 전해의 경성을 소나무와 산, 흰옷, 골동품과 토산물 같은 사물로 구성된 도시처럼 제시한다. 그 사물의 목록은 조선 전체에 대한 과거와 현재의 이미지와 인접해 있는 대상이다. 경성이라는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사물의 목록은 역사적 기억을 간직한 일종의 진열품 내지 기념물로서만 나열된다. 따라서 가치 중립적인 교환의 대상으로 치환된다. 한편 다카하마 교시의 『조선』에서 경성은 뒷골목과 교외의 도시다. 『조선』의 인물들은 그러한 장소들이 환기하는 과거와 비일상의 세계에 일시적으로나마 감정이입하여 잠식되거나 포획되어 버린다. 「고목화」나 「경성유람기」, 「기로」에서 조선인 작가들은 주로 서울/경성의 번영과 근대도시로의 발전상에 주목했으나 동시에 그것의 부정성에 관한 반동의 이미지를 예기치 않게 포착하고 있다.

동아시아 팜 파탈, 번역된 기억과 혼혈의 상상력

박진영 ( Park Jinyoung )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사이間SAI  27권 0호, 2019 pp. 347-371 ( 총 25 pages)
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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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야사 속의 미인 서시와 달기, 대제국의 마지막 통치자 서태후는 중국의 대표적인 악녀로 기억되어 왔다. 전근대 중국을 표상하는 여성으로 서사화된 세 여성은 궁중 비사를 통해 오랫동안 통속적으로 소비되었다. 그런데 1920년대 초반유럽 근대문학의 번역을 통해 중국 고대 여성에 대한 진보적인 재해석이 이루어졌다.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을 중역한 양건식은 상하이에서 일본어로 소설화된 서시 이야기를 번역하고 탁문군, 왕소군, 양귀비, 반금련을 다룬 중국 근대 역사극을 통해 노라의 이미지를 포착했다. 달기를 주인공으로 삼은 조명희의 희곡 『파사』는 창작으로 알려졌으나 번역일 가능성이 높다. 『파사』는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의 영향을 받았지만 지배 계급에 저항하는 민중적 지향의 이야기로 전환되었다. 한편 신해혁명 직후부터 서사화된 서태후 이야기는 1950년대 펄 벅의 소설에 이르기까지 청 제국의 멸망과 황실 야사를 통속적으로 재생산하면서 중국 여성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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