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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제 : 어문학분야 > 국문학
  • - 성격 : 학술지
  • - 간기: 반년간
  • - 국내 등재 : KCI 등재
  • - 해외 등재 : -
  • - ISSN : 1975-7743
  • - 간행물명 변경 사항 :
논문제목
수록 범위 : 30권 0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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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네이션의 번역이 네이션의 자격을 둘러싼 정치적 불화의 장이었음을 살펴보는 연속 논문 중 하나로 J.C.블룬칠리(J.C.Bluntschli)의 국가론에서 nation/people 개념 구분이 지닌 정치적 함의를 규명하고자 했다. 우선 자유주의 대 국가주의라는 이분법적 통념을 넘기 위해 ‘자유주의 통치성’에 대한 푸코의 분석을 참조하여 블룬칠리 국가론에서 자유 자체가 통치의 내재적 원리가 되는 양상을 조명했다(Ⅱ장). 다음으로 19세기 중후반 자유주의 통치성의 제국주의적 변형에 초점을 맞춰 블룬칠리 국가론의 인종주의적 함의를 분석하고(Ⅲ장), nation (Volk)/people(Nation) 개념 구분이 이러한 맥락에서 어떤 정치적 함의를 띠고 있는지 규명하였다(Ⅳ장). 19세기 자유주의 통치성의 제국주의적 변형 속에서 자유라는 문명적 이념과 정치적 역량을 담지한다고 가정된 네이션은 한편으로는 다중적 인민(people)과, 다른 한편으로는 인종적 민족들(peoples)과 구별되고 위계적으로 재배치되었다. 격화된 계급갈등을 봉합하고 다중적 인민을 네이션으로 통합하려는 서구 열강들의 국민 통합(national unity) 기획은 비서구 민족들에 대한 제국주의적 침략을 가속화시키는 동시에 제국의 통치 질서에서 식민자(국민)와 피식민자(비국민)의 권리를 위계적으로 분배하는 정당화 논리로 작동했다. 이상의 분석은 서양의 통치성이나 네이션 개념의 생성과 변모 과정에 타자로서의 식민지의 존재가 내재적이며 동시대적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며, 역으로 이러한 개념들의 동아시아 번역이 제국주의 담론과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재조명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개념사 연구가 서구적 원형의 수용이나 변용이라는 시각을 넘어 서양과 동양, 제국과 식민지를 아우르는 동시적 시간성 속에서 조망될 때, 근대성 자체에 내장된 식민성 비판과 극복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근대 한국의 루쉰 수용과 번역 1 -지식생산의 장소성과 중국발(發) 루쉰-

최창륵 ( CHOE Changruk )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사이間SAI  30권 0호, 2021 pp. 59-94 ( 총 36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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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의 작가적 면모가 한국문단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는 1930년 양백화 역의 「아Q정전」이 발표되면서부터였다. 그후 중국 베이징에서 유학 중이던 정래동이 양백화의 오역들을 지적하고 상하이에서 활동하던 영화인 이경손, 유학생 김광주 등이 이에 호응함으로써 이들은 중국근대문학 수용과 번역의 전문가 집단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이는 일본을 통해 루쉰을 한국에 중계한 윗세대 비평가인 양백화에 대한 반발이자 식민지 종주국에 의해 독점되다시피 한 지식생산에 대한 거부이기도 했다. 한편 정래동은 한국 내 경성제대 중문과 출신의 비평가 김태준과도 경쟁의식을 드러낸다. 그 결과 정래동이 중국근대문학 수용과 번역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대신 김태준은 한국고전문학 연구 영역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학술장에서의 위치를 굳힌다. 한편 중국이라는 장소성에 기대어 자주적 지식생산을 시도한 정래동, 김광주 등은 문학성만을 유일한 기준으로 하거나 루쉰을 과거형으로 봄으로써 결국 루쉰의 사회 비판적 문학정신과 반봉건성이라는 자성과 자기전복의 정신을 놓치고 만다. 이에 본고는 1930년대 초 한국에서의 루쉰 수용과 번역의 구체적 양상을 살핌으로써 그 매개자들의 계보적 특징을 파악하는 한편, 지식생산을 둘러싼 동아시아 내부의 역동관계와 그 얻고 잃음을 밝히고자 하였다.

김석범 문학이 재현하는 사건의 교차성

조수일 ( CHO Suil )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사이間SAI  30권 0호, 2021 pp. 97-129 ( 총 33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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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제주 4ㆍ3 사건,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고마쓰가와(小松川) 사건을 재현하는 김석범 문학의 양상을 고찰하고, 김석범 문학 읽기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문학적 지표를 범박하게 제시하였다. 첫째, 김석범 문학에 있어 ‘사건’이란, 죽은 자의 목소리와 산 자의 목소리를 교차시키는 것이다. 김석범 문학은 주체가 되어 불가시화/불가청화된 존재의 목소리를 가시화/가청화함으로써 상상과 사유의 가능성, 새로운 역사의 연속성을 연다. 둘째, 김석범 문학에 있어 ‘사건’이란, 사건과 사건을 교차시키는 것이다. 김석범 문학은 한 사건에 대해 시공간을 달리하는 사건과 ‘겹쳐보기’를 하며 역사의 반복성을 확인하고, 또 동시에 자기 성찰과 그 언어화를 통해 과거 청산을 촉구한다. 셋째, 김석범 문학에 있어 ‘사건’이란, 개별성과 보편성을 교차시키는 것이다. 김석범 문학은 개별적이고 특수한 사건을 문학적으로 재현함으로써 ‘들여다보기’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안하는데, 개별적이고 특수한 것에서 전체와 보편을 지향하고, 또 개별적이고 특수한 것으로 회귀하여 사유하는 것이 바로 문학이 갖는 순환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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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 한일 양국에서 ‘민족문제’로서의 ‘재일조선인 문제’를 둘러싼 관심과 논쟁을 촉발한 ‘김희로 사건’의 장본인이 남긴 옥중 텍스트를 분석하는 한편, 이를 자기탐색의 매개로 삼은 재일조선인 문학자들의 기록을 살폈다. 이를 통해 각각의 텍스트에서 ‘서명’과 ‘증언’이 발휘하는 효과를 분석해 보았다. 나아가, ‘김희로 사건’을 매개로 부상한 ‘재일조선인 문제’가 한일국교정상화 수립 이후의 한일관계라는 맥락에서 어떻게 번역되며 재일조선인 담론의 형성과 변용에 관여하는지, 당시 ‘김희로 사건’을 소재로 하여 발표된 한국의 문학 텍스트를 통해 살펴보았다. 일본이나 한국의 주류 사회에서 ‘재일조선인 문제’가 가시화되는 맥락은 그것의 사건성을 부각시키는 기술적 관습과 무관하지 않았다. 그러한 사건성에 부착된 개별 존재의 이름은 ‘재일조선인 문제’를 ‘문제로서의 재일조선인’과 동일시하는 사회적 낙인과도 같았다. 옥중에 있다는 것은 그러한 낙인의 유효성이 보증되는 시공간 속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일본 사회에서 ‘아무렇게나’ 부르는 자신의 이름을 옥중에서 마주하며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이름에 부착된 낙인을 거부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단 하나의 이름’을 자기 스스로가 쓰는 것이었다. ‘재일조선인 문제’를 경유하여 한일관계와 북일관계, 그리고 남북관계가 첨예화되던 시기에 ‘문제적 조선인’으로 사건화되었던 재일조선인의 고유명은 가장 불온한 이름이자 정치적인 이름이었다.

『오뇌의 무도』 재판(1923)에 대하여

구인모 ( KU Inmo )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사이間SAI  30권 0호, 2021 pp. 177-211 ( 총 35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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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번역가 김억의 서구 근대시 번역의 편력에서 『오뇌의 무도』 재판이 차지하는 위상, 그 의미를 묻기 위한 시도이다. 지금까지 한국근대문학연구에서는 주로 『오뇌의 무도』 초판에만 주목했지만, 『오뇌의 무도』 재판은 작품의 수, 장의 구성, 문체 등 초판과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김억은 『오뇌의 무도』 재판에서 호리구치 다이가쿠(堀口大學)의『잃어버린 보배(失はれた寶玉)』(1920) 등 초판 당시 참조하지 않은 일본의 번역시집들을 저본으로 삼아 증보(增補)를 하는 한편, 초판의 번역상 난제들을 부분적으로나마 해결했다. 특히 김억은 『오뇌의 무도』 초판과 달리 번역시의 텍스트들을 자신의 구어(평안 방언)에 가깝도록 극단적인 동화의 번역을 시도했다. 이로 인해 『오뇌의 무도』 재판은 초판과 다른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한편 김억은 『오뇌의 무도』 재판 서문에서 후일 『오뇌의 무도』에 수록된 시인들의 개별 시집 총서를 출판할 계획을 밝혔다. 비록 미완으로 그친 김억의 계획은 근대기 일본의 서구 근현대시 번역시집 총서들을 의식한 것이었다. 그 일본의 번역시집 총서들은 사실 영국의 캔터베리 시인 총서(The Canterbury Poets)의 영향으로 출판된 것이므로, 김억의 계획은 프랑스로부터 영미와 일본을 거쳐 조선에 이르는 세계문학의 전지구적 확산 경로를 나타내기도 한다. 한편 김억의 미완의 계획은 이후 다른 이들을 통해서도 실현되지 못했지만, 『오뇌의 무도』 재판은 이후 근대기 한국의 번역시 사화집들의 기원이자 전범이 되었다. 특히 『오뇌의 무도』 재판은 근대기 한국에서 세계문학 수용, 그 정전의 범주 확장의 과정과 관련하여, 한국문학사에서 번역시 사화집의 의미를 묻는 새로운 의제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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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소위 ‘주체노선’으로 알려진 북한의 ‘당의 유일사상체계’가 선언된 1967년 이후 확립된 ‘문학에서의 당의 유일사상체계’의 중요한 조직적 조건으로서 ‘당의 붉은 작가’의 형성과정을 밝힌다. 본 연구의 차별성은 1930년대 소련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원형’의 토착화 관점에서 논리 및 조직적 체계 양 측면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에 이르는 북한 사회주의 문예 형성의 과정에서 문예 인텔리, 행위자들의 역할 및 그 사회적 지반을 조명하는 데 있다. 소련 사회주의 리얼리즘 원형의 이론적 수용과 함께 체제형성기 ‘공화국’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난 새로운 세대라는 인적 조건, 새로운 ‘사회주의 건설’의 물적 토대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기층 인민대중 출신 인텔리들의 부상 및 세대교체의 동학으로 ‘문학에서의 당의 유일사상체계’ 형성을 설명함으로써 본 연구는 문예 부문 내부 논리에 국한되지 않는, 사회적 변동과 긴밀히 연계된 문예 부문에서의 ‘사회주의 건설’ 과정을 보이는 데 의의가 있다.

시 읽기의 3단계 방법론 -김수영의 「서책」과 「병풍」 읽기를 예시하여-

조강석 ( Cho Kangsok )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사이間SAI  30권 0호, 2021 pp. 249-279 ( 총 31 pages)
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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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주된 관심은 시 읽기의 3단계 방법론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수영의 「서책」과 「병풍」을 예시로 들어 설명해보았다. 방법론의 요지를 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시에 담긴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해석하기 위해 우선 자연적/사실적 의미에 대한 기술이 요청된다. 이 단계에서 확정할 수 없는 것들을 연역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시의 문면에 충실하게 스타일과 구조를 살피며 내적 정합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한다. 여기서 이관된 문제들은 맥락적/상관적 독시 과정을 통해 분석될 수 있다. 시의 문면에 충실한 기술을 거치고 난 후에야 비로소 남겨진 문제들을, 시인 자신의 렉시컨, 동시대 시의 렉시컨 등을 고려하고 문학적 관습의 맥락을 살피며 동시대의 문화적 배경, 인식과 사상, 문헌자료에 의한 지식 등을 참조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관계적 맥락에서 조망할 수 있다. 그리고 문면에 충실한 기술과 맥락을 살피는 분석을 통해 드러난 의미를 종합적으로 해석하고 시의 가치를 헤아리는 작업이 해석의 최종 단계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시 고유의 이미지-사유의 특성을 고려하고 전언이 아닌 정동적 효과를 헤아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고에서 제안된 3단계 방법론을 기계적으로 시 읽기에 적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시를 읽을 때 우선적으로 요청되는 바를 충족시키고 여기에 보충적으로 기입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참조하여 시 고유의 가치를 읽자는 것이 제안의 핵심임을 밝혀두고자 한다.

국토라는 로컬리티 -1970~80년대 박태순의 국토기행문-

김나현 ( Kim Nahyun )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사이間SAI  30권 0호, 2021 pp. 281-312 ( 총 32 pages)
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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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1970~80년대 박태순의 국토기행문의 국토재현전략을 분석한다. 국토는 물리적 실재에 앞서는 추상적 표상이며, 이 표상은 국토공간과 매개된 주체의 정체성에 대한 상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특히 1970년대에는 두 방향의 상이한 국토 재현이 나타났다. 한편으로 박정희 정권의 본격화된 국토개발 사업은 기존의 국토 표상을 갱신하는 동시에 새로운 국민 정체성을 호명하고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상대화하는 민중담론의 국토표상이 등장했다. 이 중에서도 박태순은 기행문이라는 비문학 글쓰기 양식을 통해 국토 공간을 기록했다. 본고에서는 ‘좁아지는 국토’로 상징되는 통치 권력의 국토표상과, ‘넓어지는 국토’로 상징되는 박태순의 국토 표상을 비교 검토함으로써, 박태순의 기행문 쓰기가 단순히 국토개발로부터 타자화된 공간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위계적 로컬리티를 가로지르는 국토 로컬리티를 구성하는 실천적 행위였음을 고찰한다. 결국 그가 비문학 글쓰기로서 달성하고자 했던 것은 실천문학이라는 이념이며, 그의 기행문 쓰기는 공간 정의와 모빌리티 정의를 사유하게 하는 증언으로서의 글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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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쓰레기 처리 제도의 변화와 소비 대중의 기억 문화가 구성되는 원리를 밝히고, 그 변화상을 반영한 동시대 소설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문제에 접근하려면, 주거 환경과 에너지 소비 구조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쓰레기 문화사의 변동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서울올림픽 이후 1990년대 초에 이르는 동안에, LPG와 LNG 등의 대체 에너지 난방구조로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연탄 쓰레기가 빠르게 감소했다. 에너지 소비 구조의 변화만이 아니라 새로운 폐기물 처리 정책인 쓰레기 종량제를 가능케 한 전환점이었다. 1990년부터 1996년까지 매년 10만 호씩 건설된 아파트 역시 새로운 에너지 소비 구조와 쓰레기 정책이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던 주거 환경이었다. 변화된 주거 환경은 새로운 계급 의식과 소비 대중의 기억 문화 변동으로 이어진다. 쓰레기는 더럽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지 않는다. 이것들은 사생활의 가장 내밀한 기록인 동시에 누구도 기억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분류된다. 소비자가 규격 종량제 봉투를 산다는 것 역시 합법적으로 쓰레기를 배출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잊혀질 권리’를 취득하는 일이다. 쓰레기봉투의 불투명한 표면은 내용물의 시각정보(signal)를 뭉개고, 개개의 쓰레기봉투는 ‘수거(분리수거, 처리시설 반입)’와 ‘처리(소각, 매립, 압축포장)’ 과정에 적합하도록 기준화된 양적 단위(module)로 취급된다. 공공행정에서 관리하는 폐기물 처리 시스템이란 배출자의 ‘외부화된 기억’을 익명화하고 눈에 띄지 않도록 처리해서, 일상적 망각이 반복적으로 완수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된다. 이 연구에서 중심적으로 다루는 하성란의 「곰팡이꽃」(1998)은 쓰레기 종량제시행 원년인 1995년이 배경이다. 아파트, 쓰레기, 기억 문화의 상관관계를 고찰할 텍스트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소설이다. 하성란의 「옆집 여자」(1999)와 삼풍백화점 사고를 다룬 황지우 희곡 「물질적 남자」(2003)도 같은 주제 의식에서 살펴보려 한다. 「곰팡이꽃」의 남자는 의식(儀式)의 마지막 단계마다 규격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쓸어 담고, 쓰레기 처리 행정과 집단적 기억상실증의 원활한 작동에 복무한다. 그의 쓰레기 탐닉이 계속될 수 있는 것도, 집 안으로 끌어들인 쓰레기를 언제라도 공식적인 시스템으로 되돌려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웃의 외부화된 기억을 수집하지만, 자신이 더 많이 알고 남은 그렇지 않다는 정보 비대칭의 위치에 있으므로, 자신의 ‘쓰레기’가 온전히 ‘처리’될 수 있다는 믿음을 유지한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순환이 멈추지 않는 한, 쓰레기 배출이 멈추는 일도 없다. 정보 비대칭을 유지할 기회 역시 계속 생긴다. 따라서 그는 결단코 이 시스템의 중단이나 해체를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시스템과 내밀하게 합일되길 원한다. 쓰레기를 배출할 때만큼은 소비 대중 일반과 이 남자 사이에 차이점이 없다. 그들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의식에서 기억과 망각을 편집해내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팬데믹을 통해서 본 자본주의 성장신화의 안과 밖 -재난자본주의를 경계하고 돌파하기-

권창규 ( Kwon Changgyu )
국제한국문학문화학회|사이間SAI  30권 0호, 2021 pp. 347-387 ( 총 41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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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지구가 처한 위기의 징후이자 결과로 보는 지배적인 입장에 서서 팬데믹 시대의 노멀ㆍ뉴노멀 즉 정상성을 둘러싼 치열한 이데올로기 경쟁에 적극 대응하고자 했다. 코로나19는 ‘지구화 시대 최초의 역병’이며 ‘종의 절멸 시대에 맞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감염병의 발생과 확산, 파급 효과에 이르기까지 신자유주의적 배경이 있다. 이 글은 신자유주의를 축적 수단이자 이데올로기로 택한 자본주의의 성장신화에 주목하고 팬데믹에 대응하는 양상과 담론에서도 꿈틀거리는 성장신화의 미망을 지적하고 경계하고자 했다. 특히 위기 대응 담론이 재난 상황을 시장화하여 이윤을 추구하는 재난자본주의적 양상을 띤다는 점에 주목하여 논의했다. 구체적으로 필자는 자본주의 성장신화의 사회경제적, 정치적, 철학적, 역사적, 생태적 배경과 그 한국적 맥락을 개괄한 후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대응 사례로서 개인적, 국가적 차원의 대응 전략을 살폈다. 개인적 차원의 자산투기 붐과 국가적 차원의 대전환 계획인 ‘한국형 뉴딜 계획’이 그것으로, 각자도생의 시장 전략이 낳은 투기 붐은 ‘자본주의적 성장이 투기 과열과 부채의 그림자를 만드는’ 양상을 보여준다. 한국형 뉴딜 전략에 대해서는 기술 중심의 성장주의 미망을 경계하면서 특히 농촌이 배제되다시피 한 점에 초점을 맞춰 논의했다. 궁극적으로 농촌에 관심이 없는 근대인에서 벗어나고, 농촌을 식량기지 및 에너지 기지로 도구화하려는 개발주의 시각을 탈피하여 농촌과 자연을 연결하고 나아가 ‘지속불가능한 현실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에 묶인 근대인의 몸과 마음, 감각을 탈피하는 공부가 요청되고 기존 권력 관계의 전환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여기에 팬데믹의 위기 상황을 재난 및 재앙이 아닌 전환의 정치적 가능성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인문학적 응전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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