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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우리나라 무속신화 가운데 주인공이 생명수나 꽃 등을 구하기 위해 고난을 겪는 소위 탐색모티프가 몇몇 신화에 나타남을 주목하여, 이 모티프가 남녀 신격에 따라 어떻게 서사화되는지 살피기 위하여 작성되었다. 그리하여 여성 신격이 구약행위의 주체가 되는 자료로서 <바리공주>, <세경본풀이>를, 또 남성 신격이 그 주체가 되는 자료로서 <이공본풀이>와 <문전본풀이>를 대상으로 삼은 뒤, 남녀 신격 별로 구약여행 도중에 겪는 고난이 어떠한지, 그리고 그 행위의 결과로서 주인공이 어떤 신직을 얻는지 등을 살펴보았다.
논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 신격이 주인공일 때는 ‘죽은자’가 남성이고, 반면에 남성 신격일 때는 ‘죽은자’가 여성이다. 둘째, 주인공 신격은 죽은자를 살리기 이전에 항상 죽은자와 분리된다. 이때 주로 여성 신격이 내쫓기고, 남성 신격이 자발적으로 떠난다. 셋째, ‘죽은자’의 죽음의 이유는 피살과 질병이다. 이때 홀로 남은 남성은 신변에 위험이 없으나, 여성은 신변의 위험으로 죽임을 당하거나 내쫓기고, 혹은 도망간다.
넷째, 구약여행 과정에서 여성 신격은 고난을 많이 겪으나, 남성 신격은 그것이 미약하다. 그 대신에 남성 신격은 ‘죽은 모친’을 위한 복수를 감행한다. 이는 주인공의 영웅성을 과시하는 수단이 된다. 다섯째, 여성 신격은 생명수나 환생꽃을 얻기 위하여 대개 이를 지키는 자와 혼인한다. 하지만 남성 신격은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 특히 부부관계가 설정된 것은, 이것이 가족관계의 기본이며 생산력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남녀 신격이 죽은자를 살린 뒤 얻는 직위는 모두 동일하지 않다. 특히 남성 신격은 여성 신격과 달리 생산과 관련된 직위를 얻지 않는다. 이는 여성 신격의 행위 영역을 남성 신격이 공유하였기 때문이다. 끝으로, 남녀 신격의 죽음과 환생 행위는 ‘가족관계의 회복’과 훼손된 ‘양성성(兩性性)의 복원’의 의미를 갖는다. 또한, 구약여행의 의미로 (1) ‘생산력의 상실을 원래대로 회복하는 해결의 과정’, (2) ‘영웅성의 과시’, (3) ‘입사식의 과정’ 등을 상정할 수 있다.